지역 커뮤니티보드서 내달 논의…시의회 검토 사전 단계
北인권단체 대표, 회의 출석 예정…지지 서명 캠페인 개시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미국 뉴욕 맨해튼의 주유엔 북한대표부 앞길을 '웜비어 길'로 지정해달라는 북한인권단체의 청원에 뉴욕시 관련 기구가 공식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27일(현지시간) 뉴욕시에 따르면 맨해튼 커뮤니티보드(주민자치회) 6지구 교통위원회는 내달 4일 회의를 열고 2번 애비뉴와 44번가가 만나는 사거리의 남동쪽 코너를 오토 웜비어 추모의 길로 지정해 달라는 제안 검토를 논의한다.
주유엔 북한대표부는 해당 코너에 있는 '디플로맷 센터' 건물에 입주해있다.
웜비어는 미 버지니아주립대 3학년이던 2016년 1월 관광차 방문한 북한의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됐으며, 같은 해 3월 체제전복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2017년 6월 억류 17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풀려나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엿새 만에 숨졌다.
앞서 북한인권단체 뉴코리아여성연합은 지난 6월 웜비어 사망 7주기를 맞아 유가족과 협의해 주유엔 북한대표부 앞길을 '웜비어길'로 지정해 달라며 뉴욕시장 및 뉴욕시 의원 60여명을 상대로 서한을 보낸 바 있다.
같은 달 17일에는 북한대표부 앞길에서 웜비어 사망 7주기 추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거리명 지정안은 시의회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그에 앞서 해당 구역을 담당하는 커뮤니티보드 교통위원회의 검토를 먼저 거쳐야 한다.
뉴욕에서는 외교공관 인근 거리에 정치적 상징성을 지닌 인사 이름을 붙인 선례가 이미 있다.
주유엔 러시아대표부가 있는 맨해튼 '3번 애비뉴, 67번가'의 코너는 소련의 핵물리학자였다가 반체제인사로 돌아선 안드레이 사하로프와 인권운동가였던 그의 아내 옐레나 보네르의 이름을 따 '사하로프-보네르 코너'로 이름이 붙여졌다.
또 중국 영사관이 있는 '12번 애비뉴, 42번가'는 톈안먼 시위 희생자들을 기려 '톈안먼 광장 코너'라는 이름이 붙여지기도 했다.
맨해튼 커뮤니티보드 6지구 교통위원회는 회의 개최를 앞두고 웜비어 길 지정안을 청원한 뉴코리아여성연합의 이소연 대표의 참석을 요청한 상태다.
이 대표는 "아들을 정치범 수용소에 보낼 수밖에 없었던 탈북민 엄마로서 웜비어 유가족과 같은 아픔을 공유하고 있다"며 "오는 4일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웜비어 길 지정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탈북 과정을 생생하게 담은 다큐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에 나온 북한이탈주민이다. 북한에 남았던 그의 아들은 탈북에 실패해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졌다.
웜비어 길 지정안이 커뮤니티보드 동의를 얻고 추후 뉴욕시 의회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앞서 지난 2019년에도 뉴욕시의회 공화당 소속 의원 주도로 북한대표부 앞길을 웜비어 길로 지정하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한 바 있다.
뉴코리아여성연합은 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웜비어 길 지정안을 지지하는 서명 캠페인을 온·오프라인으로 벌일 계획이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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