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요청 협력 대상에 공식 등재…전국 학교에 대응 정보 제공
류희림 "개인 존엄 파괴하는 범죄, 사회 정조준하며 위협"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텔레그램 기반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 및 유포 사건이 확산하자 텔레그램은 물론 페이스북·엑스(X)·인스타그램·유튜브 등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과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방심위는 28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긴급 전체 회의를 소집하고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는 물론 글로벌 사업자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신속한 영상 삭제 차단 조치와 자율적인 규제를 강력히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해외에 서버가 있는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사업체 중 국내 공식 협의체가 없는 사업체에 대해서는 면대면 협의 채널을 끌어내 상시적인 협의가 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 시정요청 협력 대상에 등재돼있지 않은 텔레그램을 향후 공식 등재해 자율 삭제도 유도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텔레그램에 전자우편으로만 시정요청을 했는데, 절반 가까이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삭제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 또한 일관되지 않은 게 문제라고 방심위는 지적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에 대해서는 방심위 전용 신고 배너 팝업 설치를, 공영방송사들에는 관련 캠페인 영상 제작 및 송출 등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행법과 심의 규정 미비로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의 제작이나 소지, 유포 등에 대한 처벌이 미약해 관련 범죄가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보완 입법을 관계기관에 건의하기로 했다.
현행법은 아동 성착취물의 경우 소지 또는 유포만 해도 처벌할 수 있게 돼 있지만 디지털 성적 허위영상물의 경우 관련 규정이 없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방심위는 관련 전문가들과 협력해 보완 입법 이전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심의 규정 보완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방심위는 전날부터 홈페이지에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물 신고 전용 배너를 별도로 설치했으며, 온라인 신고뿐만 아니라 방심위 디지털 성범죄 신고 전화(☎1377)의 기능도 강화해 상담원이 24시간 접수 및 상담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의 주요 유포 경로인 텔레그램 등 주요 소셜미디어(SNS)에 대한 자체 모니터 인원을 배 이상 늘려 집중 모니터링을 통해 신속하게 적발하고 향후 전담 인력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방송심의 쪽에 치중한 400여 명의 모니터링 인력을 70여 명에 불과한 디지털 성범죄 심의 쪽에 재배치하는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방심위는 이와 함께 영상 삭제 차단 조치와 관련해 전자 심의를 강화, 24시간 이내 영상이 사라질 수 있도록 시정을 요구하고 악성 유포자는 즉각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전국 초중고교 1만1천여 곳에 디지털 성범죄 대응 정보를 제공하고 필요 시 방심위 실무자가 현장 교육을 나가기로 했다.
또 글로벌온라인안전규제기관네트워크(GOSRN), 국제인터넷핫라인협회(INHOPE) 등 해외 협의체에 국내 텔레그램 문제를 핵심 의제화하는 내용의 서신을 보내고, 딥페이크 성범죄 정보 근절 토론회 등도 조속히 개최하기로 했다. 경찰 인력 파견 등도 중기적으로 검토한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최근 딥페이크 합성 기술을 악용한 디지털 성범죄 영상이 이제 상식의 둑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대학과 중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심지어 초등학교까지 유포됨으로써 우리 사회를 정조준해 위협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의 제작과 소지, 유포는 개인의 존엄과 인격권을 파괴하는 범죄"라며 "이 범죄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시민 정신에 충만한 국민의 눈이다. 국민께서 엄중한 감시자로서 방심위와 함께해달라"고 당부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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