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속 노예처럼 일하다 숨진 이민자…伊비인간적 노동환경 논란

입력 2024-08-28 11:06  

폭염속 노예처럼 일하다 숨진 이민자…伊비인간적 노동환경 논란
뙤약볕 아래 하루 10∼14시간씩 근무…여권 뺏고 임금 갈취도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이민자들이 뙤약볕 아래 노예처럼 일하다 숨지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이탈리아의 비인간적인 이민자 노동환경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인도 펀자브주 출신 이민자인 달비르 싱(54)은 지난 16일 이탈리아 중부 라티나 인근 화훼농장에서 40도의 폭염 속에서 일하다가 사망했다.
동료들은 싱이 매우 성실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노동강도를 견디기 힘들어했으며 귀국도 고려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당국은 싱의 사인 규명을 농장주를 조사하는 한편 다음달 부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에도 남부 포지아주의 토마토 농장에서 말리 출신 이민 노동자 파마칸 뎀벨레(28)가 폭염 속 노동에 시달리다 사망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1994년부터 2023년 사이에 6∼8월 평균기온이 1.5도나 상승하는 등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이민 노동자 수만 명은 폭염 속 노동을 강요받으며 하루 10∼14시간씩 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고 노동 단체들은 전한다.
주로 인도와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인 이들은 빈민가와 폐건물에서 지낸다. 악덕 고용주에게 임금 일부를 갈취당하기도 한다.
지난 7월에는 한 농장에서 여권까지 빼앗긴 채 노예처럼 생활하던 인도 이민 노동자 24명이 경찰에 구조되기도 했다.
농장 근무 중 팔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 뒤 도로에 방치됐다가 그대로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로마 라 사피엔자대학의 마르코 오미졸로 사회학 교수는 지난 6월 이후 폭염으로 중부의 간척 농지 지역인 '아그로 폰티노'에서 최소 30명이 일하다 실신했다고 전했다.
오미졸로 교수는 실신한 노동자들에 농장주와 고용주들이 한 일은 그늘에 눕히고 찬 음료를 준 것뿐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농장주와 악덕 고용주들은 법적 책임을 피하려 은폐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농장에서 수년간 일한 다니엘은 여름 태양 아래에서 일하는 것은 저주라면서 그건 삶이 아니라 지옥이라고 말했다.
k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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