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차종 확대·시스템 개선…"코나부터 제네시스까지 하이브리드로"
'엔진이 전기 생산하며 900㎞ 주행' EREV도 한 축…'전동화 전환 가교' 역할
'2030년 전기차 200만대 판매' 목표 유지…전기차 모델 늘리고 배터리 강화하고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현대차[005380]가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돌파 전략으로 하이브리드차(HEV)와 EREV(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카드를 전면에 꺼내 들었다.
앞서 기아가 전기차 캐즘에 맞설 중장기 전략으로 하이브리드차 판매 비중 확대를 제시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기존의 전기차 전략을 고수했다. 전기차 경쟁력 강화로 캐즘 이후를 대비한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28일 '2024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한 새 중장기 전략 '현대 웨이'의 핵심 전략 중 하나로 '현대 다이내믹 캐파빌리티'를 제시했다. 전동화 전환 속도 둔화에 하이브리드차와 EREV를 중심으로 기민하게 대응, 장기적 경쟁 우위를 확보한다는 게 골자다.
현재 전기차 성장이 주춤하는 사이 하이브리드차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하이브리드차 신규 등록 대수는 전년 대비 46.3% 증가한 30만9천164대였으며, 올해 1∼7월 하이브리드차 등록 대수는 21만8천105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3% 늘었다.
또 현대차·기아의 올해 상반기 하이브리드차 글로벌 판매량은 40만8천799대로 전년 동기 대비 21.2% 증가했다.
전기차 판매량이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현대차는 이 같은 시장 상황 변화에 하이브리드차 차종 확대와 기술 역량 강화를 제시했다.
현대차는 현재 아반떼 등 준중형 차급과 싼타페·쏘나타 등 중형 차급 7개 차종에만 하이브리드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이를 소형, 대형, 럭셔리 차급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하이브리드 모델이 적용되는 차종은 14개로 늘어난다.
특히 제네시스의 경우 전기차 전용 모델을 제외한 전 차종에 하이브리드 모델이 추가된다.
여기에 개선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내놓는다.
기존의 하이브리드차 시스템 'TMED'(Transmission Mounted Electric Device)를 개선한 'TMED-Ⅱ'으로, 이 시스템은 내년 1월부터 양산되는 차량에 적용될 예정이다.
TMED-Ⅱ는 기존 시스템과 동등한 수준의 원가를 유지하면서도 성능과 효율을 향상시켰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즉 출력과 연비 면에서 한층 개선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라는 뜻이다.
주로 전기차에만 들어갔던 '스마트 회생제동', 차량 외부로 전기를 공급해 전자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V2L' 기능도 적용한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차 경쟁력 강화를 바탕으로 판매량을 더욱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오는 2028년에는 지난해 글로벌 판매 계획보다 약 40% 증가한 133만대를 판매하는 것이 목표다.
나아가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장점을 혼합한 EREV를 전동화 속도 둔화 대응의 다른 한 축으로 삼았다.
EREV는 전기차처럼 전력으로 구동하지만 엔진이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 충전을 지원한다. 현대차는 독자적인 신규 파워시스템 개발을 통해 2개의 모터로도 사륜구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특유의 주행 상품성을 전달하면서도 전기차의 단점으로 꼽혀온 주행가능거리를 '완충 시 900㎞ 이상'에 이르도록 EREV를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EREV에는 기존 엔진이 활용되고, 30%가량 용량이 축소된 배터리가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 프리미엄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EREV를 오는 2026년 말 북미와 중국에서 시작해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이날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EREV는 주유와 배터리 충전을 동시에 할 수 있어 (주행가능거리 관련) 불편도 적고, 전기차보다 가격도 낮다"며 "하이브리드차의 수익성과 전기차의 상품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차 확대와 EREV 개발을 불확실한 시장 상황 대응의 양대 축으로 제시하면서도 '전동화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음을 확인했다.
현대차는 작년 인베스터 데이에서 제시한 '2030년 전기차 200만대 판매 목표' 수치를 재확인했다.
전기차 판매 목표치를 줄이거나 연기하는 다른 완성차업체와 달리 전기차 수요 회복이 예상되는 2030년까지 점진적으로 모델을 늘려 나가면서 '본격적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이브리드차와 EREV로 수익성을 확보하면서 2030년까지 전기차 모델을 21개로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현대차는 '현대 웨이'에 배터리 역량 강화도 담았다. 이는 향후 되살아날 전기차 시장을 염두에 둔 것이자, 최근 전기차 화재에 따른 '전기차 포비아(공포증)'를 극복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보급형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개발해 기존 NCM 배터리에 비해 재료비를 줄이는 동시에 에너지 밀도를 20% 이상 높인다는 방침이다.
또 배터리와 차체가 통합된 'CTV'(Cell to Vehicle) 구조도 도입한다. 기존 CTP(Cell to Pack) 구조에 비해 배터리 시스템 중량은 10% 줄고, 열전달 성능은 최대 45% 개선될 수 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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