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스위스가 온실가스 저감 노력이 부족해 고령자 인권을 침해했다는 유럽인권재판소(ECHR)의 판결을 거부한다는 성명을 냈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2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ECHR의 지난 4월 이 판결이 유럽인권협약을 지나치게 폭넓게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연방정부는 "ECHR의 판례가 인권협약의 적용 범위를 확장하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면서 "스위스는 판결에서 적시된 각국의 기후정책 요구 사항을 충족하고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ECHR은 올해 4월 스위스 환경단체 '기후 보호를 위한 노인 여성' 소속 회원들이 스위스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ECHR은 스위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지 않은 탓에 기본권이 침해됐다는 단체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스위스 정부의 기후변화 해결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스위스의 정책적 노력 부족을 유럽 인권협약상 생명권과 자율권에 대한 침해로 본 이 판결은 ECHR이 특정 회원국이 도입한 기후변화 정책의 적정성을 인권의 관점에서 판단한 첫 판례다.
이 판결을 두고 스위스 의회에서는 이미 논란이 일었다. 환경단체의 소송을 도왔던 녹색당 등 일부 진보정당은 승소 판결을 환영했지만 의회 내 다수는 판결에 정치적 편향이 있다며 반발했다.
스위스는 파리 기후변화 협약을 준수하겠다는 목표로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1990년 수준의 절반으로 줄이기로 하고 탄소배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했지만 2021년 국민투표에서 부결되면서 정책 추진 동력이 떨어졌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기후변화 예산 증액 실적 등 몇 가지 지표만으로 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건 ECHR 판결의 편향성을 보여준다는 게 스위스 연방의회의 입장이다.
여기에 스위스 연방정부까지 이날 판결 거부 의사를 분명한 셈이다.
EHCR은 유럽 인권 협약에 근거해 인권침해 문제를 다루는 최종 법원이기 때문에 판결에 불복하는 절차를 따로 두지 않는다.
이 판결의 이행 문제를 유럽 46개국의 인권기구인 유럽평의회의 감독하에 조정할 수는 있다. 판결을 거부한 스위스는 유럽평의회와 이 사안을 논의하면서 판결에 나온 법률해석 문제 등을 계속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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