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텔레그램 CEO 예비기소…"미성년 성착취물 유포 도왔다"(종합)

입력 2024-08-29 10:07   수정 2024-08-29 10:18

프랑스, 텔레그램 CEO 예비기소…"미성년 성착취물 유포 도왔다"(종합)
범죄조직 플랫폼 제공·당국수사 회피 등 혐의도
소셜미디어 범죄에 '경영자 형사책임' 추궁 주목
74억원 내고 보석…출국금지 후 재판할지 심리


(파리·서울=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서혜림 기자 = 텔레그램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가 온라인 성범죄 등 각종 범죄를 공모한 혐의 등으로 프랑스에서 28일(현지시간) 기소됐다.
프랑스 검찰은 이날 성명을 통해 두로프가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조직적으로 유포하거나 마약을 밀매하는 범죄 등을 공모한 혐의, 범죄 조직의 불법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관리를 공모한 혐의, 텔레그램 내 불법 행위와 관련한 프랑스 수사 당국과의 의사소통을 거부한 혐의 등으로 예비기소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프랑스법상 예비기소란 수사판사가 범죄 혐의가 있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지만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내리는 준(準) 기소행위에 해당한다.
예비기소된 피의자는 혐의를 더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위한 수사판사의 조사 뒤 본기소 여부를 판단 받는다. 본기소까지는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 있다.
두로프는 보석금 500만 유로(약 74억 원)의 보석금을 내는 조건으로 석방을 허가받았다. 다만 일주일에 두 번씩 경찰서에 출석하도록 의무가 부과됐다.
프랑스 당국은 두로프에 대해 출국 금지 명령도 내렸다.
AP통신에 따르면 두로프에 대한 사법 당국의 수사는 지난 2월 시작됐다.
프랑스 검찰은 미성년자 성착취물과 관련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텔레그램에 용의자의 신원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텔레그램의 응답이 없자 지난 3월 두로프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뒤 두로프는 지난 24일 저녁 파리 외곽 르부르제 공항에 전용기를 타고 내렸다가 프랑스 수사 당국에 체포돼 이날까지 조사받았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두로프의 형이자 텔레그램을 공동 창업한 니콜라이 두로프에 대해서도 지난 3월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이와 관련, 프랑스 검찰은 "현재로서는 파벨 두로프가 이 사건에 연루된 유일한 사람"이라고 밝혔다. 다만 다른 대상에 대한 조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다른 체포영장에 대해선 대상자가 체포된 뒤에만 공개될 것이라고 AP에 밝혔다.
이날 두로프에 대한 예비기소는 소셜미디어(SNS) CEO가 해당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범죄 행위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요구받을 수 있단 점을 의미해 파장이 주목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결정은 두로프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유해한 콘텐츠를 제한하고 당국과 협력하도록 요구하는 프랑스 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더 깊이 조사할 만큼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로프의 변호인은 이번 수사와 기소가 그 자체로 타당하지 않다는 취지로 반발했다.
다비드-올리비에르 카민스키 변호사는 "메신저 서비스에서 저질러질 수 있는 범죄행위에 소셜미디어 대표가 연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게 완전히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또 "텔레그램은 모든 준법정신을 다해 디지털 기술과 관련한 유럽의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안팎에서는 프랑스 검찰의 이번 수사가 정치적 동기에서 시작된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다.
프랑스 유력지 르몽드는 두로프가 2021년 프랑스 시민권을 획득하기 전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수차례 만났다고 보도했다.
두로프는 프랑스에 특별한 기여를 한 것으로 간주되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특별절차를 통해 시민권을 얻었다.
WSJ은 마크롱 대통령이 2018년 두로프와 점심을 함께하며 텔레그램의 본사를 프랑스 파리에 두라고 권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두로프와 텔레그램의 공동창업자인 형 니콜라이 두로프는 올해 3월부터 프랑스 수사당국의 수배를 받았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두로프 수사에 정치적 동기가 있다는 의혹에 대해 '허위 정보'라는 입장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그는 두로프의 체포에 대해 "정치적 결정이 전혀 아니다"며 "온전히 판사들의 결정에 달린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두로프 형제가 2013년 창업한 텔레그램은 철저한 암호화·익명화로 비밀성을 보장한다는 점을 앞세워 세계적 플랫폼으로 급성장했다.
텔레그램은 최근 수년 동안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진 사회적 혼란, 정치적 갈등, 강력 사건에서 뚜렷한 명암을 노출했다.
검열이 만연한 일부 지역에서 뉴스 플랫폼으로 역할을 하며 '언론 자유'의 보루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른 한편에선 마약 및 해킹 소프트웨어 성 착취물 유포와 테러 조직 등 범죄의 온상이 된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한편 두로프는 아들 학대 의혹으로도 수사 대상에 올라있다고 사건을 잘 아는 소식통이 AFP 통신에 전했다.
이 소식통은 두로프가 2017년 태어난 아들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했다며 지난해 두로프의 아내가 고발했다고 전했다. 두로프의 아내는 스위스에 살고 있으나 해당 사건은 파리에서 일어났다고 한다.
hrse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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