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충실의무 확대한 상법 개정안, 경영위축·갈등 초래"

입력 2024-08-29 09:30  

"이사 충실의무 확대한 상법 개정안, 경영위축·갈등 초래"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 산업발전포럼서 주장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국회에서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이 논의되는 가운데 이 같은 법 개정이 경영 판단을 위축시키고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29일 한국산업연합포럼 주최로 온라인(줌)에서 열린 제57회 산업발전포럼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중점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규정한 상법 제382조의3에 있는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에서 '회사'를 '회사와 주주의 이익'(강훈식 의원안), '회사와 총주주'(박주민 의원안),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정준호 의원안) 등으로 수정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최 명예교수는 "박주민 의원안은 회사 외에 '총주주'를 위해 그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개정안은 새로운 의미가 없다"며 "미국 델라웨어주 일반회사법과 캘리포니아주 회사법에 유사한 내용이 있으나 이는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을 서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준호 의원안에 대해서는 "상법은 이미 1주 1의결권, 배당 청구권, 신주인수권 등 주주 평등 원칙을 통해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보장하고 있다"며 "이사가 지배주주 개인을 위해 불법적이거나 회사나 전체 주주에게 손해를 미친다면 형사처벌 대상으로, 현행법으로 충분히 해결이 가능한 문제"라고 언급했다.
그는 "상법을 개정하는 경우 물적분할, 인적 분할, 합병과 같은 회사 리밸런싱을 기획하는 이사를 상대로 소액주주의 소송이 남발될 가능성이 높고, 선언적 규정의 입법만으로는 실질적 변화가 없어 법원의 판단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갈등만 초래하는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세계적으로 주식회사를 둘러싼 법률관계를 명료하게 하기 위해 이사는 회사에 대해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는 법리가 정립돼 있는데, 상법 개정안은 이런 경향과 배치된다"며 "그동안 체계적으로 쌓은 법리를 무시하고 상법을 개정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행사를 주최한 산업연합포럼 정만기 회장은 "주주 의견이 상황에 따라 각자 다른 현실에서 모든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자는 이상론은 현실에서는 실현 불가능할 것"이라며 "이는 소극적 결정만을 강제하는 결과를 초래해 미래 투자 위축, 국가 성장 동력 상실 등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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