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기사 썼다고 기자 살해"…美 지역 정치인 종신형

"비판 기사 썼다고 기자 살해"…美 지역 정치인 종신형
검찰 "기사 게재 후 선거에서 패배하자 범행"…배심원단 유죄 평결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미국에서 기자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전 지역 정치인이 배심원 재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28일(현지시간) AP통신과 미 NBC 뉴스에 따르면 네바다주 배심원단은 1급 살인 혐의로 기소된 전 클라크 카운티 공공 행정관 로버트 텔레스(47)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텔레스가 최소 20년 이상 복역해야 가석방 자격을 얻을 수 있다고 평결했다.
선출직 공직자였던 텔레스는 2022년 9월 '라스베이거스 리뷰-저널' 기자인 제프 저먼(당시 69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저먼은 선거를 앞두고 텔레스 사무실에서 벌어진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기사를 썼고 텔레스가 한 여성 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혹도 보도했다.
이후 텔레스는 2022년 6월 예비선거에서 근소한 차이로 패배하자 소셜미디어에 저먼의 보도와 해당 매체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약 석 달 후 저먼은 자택 옆 마당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검찰은 저먼의 비판 기사에 앙심을 품은 텔레스가 범인이라며 그를 체포했다.
텔레스는 재판에서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지만, 검찰은 텔레스 자택 압수수색을 통해 발견한 신발과 모자 등이 사건 현장의 감시 카메라에 찍힌 용의자의 것과 비슷하다며 증거로 제시했다.
검찰은 또 저먼의 손톱 밑에서 텔레스의 DNA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텔레스는 자신이 공직에 있을 때 부정부패를 척결하려 애쓴 데 대해 반감을 품은 이들이 자신에게 살인 누명을 씌웠다고 주장했지만, 배심원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텔레스의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항소할 계획이라고 언론에 밝혔다.
이 사건의 희생자인 저먼은 44년 동안 라스베이거스에서 범죄와 법원, 부패 사건을 취재한 존경받는 언론인이었다고 AP는 전했다.
비영리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의 미국 담당자인 캐서린 제이컵슨은 이날 성명에서 이번 판결이 "언론인 살해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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