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버니지 총리-캠벨 美 부장관 '사적 대화' 언론 통해 공개돼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호주가 태평양 섬나라들과 '다국적 태평양 경찰' 창설을 추진하는 가운데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장면이 언론에 노출돼 구설에 올랐다.
라디오 뉴질랜드(RNZ)는 지난 28일(현지시간) 통가 수도 누쿠알로파에서 열리는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정상회의에 참석한 앨버니지 총리와 캠벨 부장관이 따로 앉아 대화하는 장면을 촬영해 보도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캠벨 부장관에게 "오늘 태평양 치안 이니셔티브(PPI)를 통과시키는 데 성공했다. 매우 중요하고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캠벨은 "환상적"이라며 "나는 케빈과 이야기했다. 우리도 (비슷한) 뭔가를 하려 했는데 그가 하지 말라고 해서 하지 않았다. 우리가 주도권을 내줬으니 잡아라"라고 말했다.
이에 앨버니지 총리는 미국의 자금 지원 의향을 물으면서 "원한다면 비용을 반반으로 나눠도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때 두 사람 옆에 있던 팻 콘로이 호주 태평양 담당 장관이 촬영되고 있다며 대화를 중단하라고 알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캠벨 부장관이 말한 케빈은 호주 총리를 역임한 케빈 러드 주미 호주 대사다.
보도가 나가자 앨버니지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사적인 대화 내용"이었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전날 호주는 태평양 도서국에서 활동할 다국적 신속 대응 경찰 부대를 만들고, 호주 브리즈번을 비롯해 4개 지역에 경찰 훈련센터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며 태평양 도서국들이 지지했다고 발표했다.
다국적 경찰 부대는 자연재해나 각종 치안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국가로 파견돼 치안 활동을 맡게 된다.
호주는 이를 위해 5년 동안 4억 호주달러(약 3천626억원)를 지원할 계획이다.
PPI는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도구로 여겨진다.
솔로몬제도를 비롯해 일부 친중국 국가들도 PPI가 지정학적 관점에서 중국 견제용 아니냐며 의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앨버니지 총리와 캠벨 부장관의 대화가 공개돼 일부 친중국 국가들이 이를 문제 삼을 수 있다고 호주 ABC 방송은 전했다.
그러나 호주는 PPI가 "태평양의 안보를 돌보는 태평양 가족에 관한 것"이라며 "다른 어떤 국가에 관한 것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2022년 솔로몬제도와 치안 지원은 물론 유사시 군대도 파견할 수 있는 안보 협정을 체결했고, 다른 태평양 도서국과도 치안 협정을 체결하거나 체결을 추진 중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중국 공안이 제복을 입고 활동하고 있다.
이를 두고 미국과 호주는 중국이 치안력이 약한 태평양 도서국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태평양으로 군사력을 확장하려는 시도로 보고 경계해왔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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