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이 곧 휴식"…인테리어부터 콘텐츠까지 확 바뀐 이마트

입력 2024-08-29 15:35  

"쇼핑이 곧 휴식"…인테리어부터 콘텐츠까지 확 바뀐 이마트
가장 비싼 1층, 판매대 빼고 휴식·체험 공간으로 재구성
"'고객 시간 점유' 미래형 매장 전략 가장 충실히 구현"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29일 찾은 스타필드 마켓 죽전점. 매장 입구에 들어서면 고급 방향제 전문 매장 '그라스비'(Grasse B)에서 넘어오는 향긋한 내음이 고객을 맞는다.
가장 먼저 영풍문고의 서고가 눈에 들어오고 맞은 편에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의 '핫플레이스'(명소)라는 유명 도넛 디저트 카페 '노티드' 매장이 자리 잡았다.
조금 더 들어가면 스타벅스 매장과 함께 넓은 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각종 문화행사와 음악 공연이 가능한 '이벤트 스테이지'(행사 무대)다. 스타벅스와 자연스럽게 연결돼 커피를 마시며 행사를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을 꾸몄다.
처음 방문한 고객이라면 이곳이 이마트 매장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2005년 이래 19년간 이마트[139480] 죽전점으로 명맥을 이어온 이곳은 지난 5개월간에 걸친 대대적인 새단장 공사 끝에 스타필드 마켓 죽전점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다시 문을 열었다.
이름이 바뀐 것만큼이나 전통적인 이마트 공간 구조를 혁신하려 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우선 매장의 핵심 공간인 1층은 촘촘하게 있던 이마트 판매대를 모두 빼고 고객이 쉬고 즐기는 공간으로 바꿨다.
고객이 가장 먼저 들르는 1층이 상업적으로 가장 비싼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과감하면서도 파격적인 시도다.
1층은 '매일 1시간의 여유, 우리 동네 소셜클럽(Neighborhood Social Club'이라는 리뉴얼(새단장) 콘셉트에 맞게 이마트가 가장 공을 들인 공간이다.

한복판에 자리한 이벤트 스테이지에는 장서 2천500권 규모의 '북그라운드'가 들어서 자녀와 함께 책을 읽으며 휴식할 수 있다. 바로 옆 스타벅스 매장과 칸막이 없이 연결돼 만남·모임은 물론 '북콘서트'(작가와의 만남)나 작은 음악 공연도 가능하다.
입지 특성상 자녀를 둔 30∼40대 가족 고객이 많다는 점을 고려한 전략적인 공간 설계다.
이마트 매장 가운데 처음으로 팝업 전용 공간을 마련한 것도 눈에 띈다.
매장을 찾은 인근 주민 정지희(36) 씨는 "이마트라기보다는 스타필드에 더 가까운 느낌"이라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개방감을 주는 탁 트인 공간 설계도 돋보인다. 이벤트 스테이지를 포함해 모든 매장이 가림막 없이 조화롭게 연결돼 심리적인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1층 공간 기획을 총괄한 이지은 이마트 리징담당은 "매장을 찾은 고객에게 장보기가 휴식이 되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자 세심하게 공간을 짰다"고 말했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익히 본 노란 색감의 이마트 매장을 만날 수 있다. 애초 지상 1층과 지하 1층 두 개 층을 차지한 이마트 매장은 규모가 절반 가까이 주는 대신 상품 매대를 알차게 구성해 효율성을 높였다.
그로서리(식료품) 부문을 대폭 강화해 장보기에 최적화한 공간을 조성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기존 이마트 매장의 식품-비식품 공간 비중이 6대 4였다면 스타필드 마켓 죽전점은 9대 1 정도로 압도적으로 식품에 무게를 뒀다.
넓어진 만큼 식품 구색도 그 어느 이마트 매장보다 탄탄하다. 즉석 조리식품(델리)은 140여종이 추가됐고, 생선회 코너도 이마트 매장 가운데 가장 긴 15.3m의 매대를 갖췄다.

점포명을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에서 '신세계 사우스시티'와는 지하 1층으로 바로 연결돼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스타필드 마켓 죽전점은 '고객의 시간을 점유한다'는 이마트의 미래 유통 전략을 가장 충실하게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추구하는 오프라인 매장 전략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5월 이마트 연수점을 찾아 "매장 면적을 절반 이상 줄이면서 고객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선물했는데 재개장 이후 추이를 보니 우리 예상이 적중했다"며 만족감을 표한 바 있다.
연수점은 이마트가 먹고 즐기고 문화를 향유하는 미래형 대형마트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6개월간의 리뉴얼 작업을 거쳐 지난해 3월 새로 문을 열었다.

이번에 선보인 스타필드 마켓 죽전점은 공간 구성과 콘텐츠 등에서 연수점보다 한단계 진화했다. 고객 체험·휴식 공간이 연수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게 이를 뒷받침한다. 이마트가 추구하는 미래형 매장 2.0에서 3.0시대로 나아간 것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스타필드 마켓 개점을 기점으로 이마트의 오프라인 혁신 시계는 더 빨라질 것"이라며 "이번 죽전점의 성과를 바탕으로 배후 상권과 고객 수요를 면밀히 분석해 대형점을 중심으로 스타필드 마켓으로의 전환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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