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식업 폐업, 코로나19 덮친 2020년보다 많아
"사업부진에 폐업한 자영업자, 금융위기 때와 비슷"
(서울=연합뉴스) 전재훈 기자 = "재작년 추석보다 작년 추석 상황이 안 좋았고, 작년 추석보다 올해 추석이 안 좋을 거예요. 잘될 거라는 희망을 품기보다 어떻게 유지할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30년 동안 한정식집을 운영해온 50대 이모씨는 지난 달 30일 점심시간이 살짝 지난 오후 1시30분께 "옛날 같았으면 줄 서서 먹을 시간대"라며 한산한 가게를 둘러보고 이같이 말했다.
인사동에서 9년간 주점을 운영한 30대 정모씨도 "명절이면 지출은 늘어나는데, 장사가 안되니까 가게에 가만히 앉아있을 때가 많다"며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명절이 없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고 했다.
비수기로 꼽히는 명절 연휴를 약 2주 앞두고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유행이 잠잠해지면서 '반짝 특수'를 누렸고 지금 상황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나빠졌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내수 부진으로 불황이 길어지면서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올해 서울에서 폐업한 외식업종 점포 개수는 코로나19 유행 시기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서울시 상권 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폐업 점포는 6천290개로 지난 1분기(5천922개)보다 늘었다. 이는 코로나19로 외식업종이 타격을 받은 2020년 1분기(6천258개)보다 많다.
전국에서 폐업한 자영업자 수는 작년에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2019년 92만2천명에서 2022년 86만7천명으로 줄었다가 작년에 98만6천명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다.
이중 '사업 부진'을 이유로 폐업한 사업자 수가 48만2천18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48만8천792명)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현재 영업 중인 자영업자들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올해 1분기 사업장당 매출액은 4천317만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7% 줄었고, 영업이익은 915만원으로 23.2%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2분기 서울 지역 외식업종 매출액은 2조3천425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6% 줄었다.
주점을 운영하는 정씨는 "공과금, 임대료 등을 모두 제하고 내 주머니로 들어오는 돈이 코로나19 이전에는 800만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이에 절반도 안 된다"며 "회사에 들어갈 수도 없고, 다른 사업을 하자니 경기가 좋지 않아 불안해 그냥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한정식집 사장 이씨도 "나이도 들고 빚을 더 지면서 다른 사업을 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식당 말고 다른 일을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불황으로 인한 침체는 외식업종을 더 강타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매출이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업종으로 외식업을 지목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최근 발간한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 보고서에서 "외식업 경기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의 침체 국면으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반적인 경제 침체와 고용 악화로 외식업과 같은 자영업을 고려하는 이들이 많아져 외식산업 내 경쟁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개별 사업체의 수익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영업 부진 탓에 자영업자들의 빚도 불어나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소상공인 동향 리포트에서 올해 1분기 기준 자영업자 대출 연체 금액이 15조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18만6천명의 자영업자가 은행권에 5조9천억원, 비은행권에 9조6천억원 상당의 대출을 연체하고 있다.
ke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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