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법 '차단' 결정 하루만인 31일 새벽부터 로그인 불가
4월부터 '특정 계좌 차단' 두고 갈등…격앙 머스크, 판사에 "사악한 독재자" 비난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브라질이 31일(현지시간) 새벽부터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엑스(X·옛 트위터)의 접속을 차단했다고 AP, AFP 통신이 보도했다.
접속 차단은 브라질 연방대법원이 전날 '무법천지 환경을 조성한 책임'을 물어 브라질 방송·통신 감독기관에 엑스 접속을 차단할 것을 명령한 데 따른 것이다.
알레샨드리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엑스는 반복적이고 의식적으로 브라질 사법 시스템을 무시했다", "브라질에서 무법천지 환경을 조성한 책임이 있다"라고 적시하며 즉각적이고 완전한 서비스 차단을 결정했다.
그러면서 앱스토어에서 엑스 삭제, 가상 사설망(VPN)을 통한 개인과 기업의 우회 접속 적발 시 5만 헤알(1천200만원 상당) 벌금 부과도 함께 지시했다.
머스크는 이같은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지난 몇 달간 엑스 운영 관련 명령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브라질 연방대법원과 갈등을 빚어왔다.
그는 엑스에서 지모라이스 대법관을 겨냥해 "판사 코스프레를 하는 사악한 독재자"라며 "브라질에서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브라질의 선출되지 않은 사이비 판사가 정치적 목적으로 이를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하면 엑스가 미국에서도 비슷한 처지에 놓일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올해 있었던 언론 자유에 대한 공격은 21세기 들어 전례가 없던 일이다. 카멀라와 월즈(팀 월즈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집권하면 미국에서도 역시 그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법원과 머스크의 대치는 올해 4월 브라질 대법원이 엑스에 특정 계정을 차단하라고 명령하면서 시작됐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정부 시절 가짜 뉴스와 증오 메시지를 유포한 혐의를 받는 이른바 '디지털 민병대'(digital militias)의 행위에 위헌적 요소가 있으니 "사회 혼란을 야기한" 관련 계정을 차단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엑스는 브라질에서 인기 있는 특정 계정들을 차단할 것을 "강요받았다"고 반발했다. 또 이를 따르지 않으면 회사 법률 대리인을 체포하겠다는 위협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엑스의 법률 대리인은 사임했고, 엑스는 브라질 법이 정하는 법률 대리인을 지명하지 못했다. 전방위 압박을 받은 엑스는 결국 지난 17일 브라질에서의 사업 철수를 발표했다.
대법원은 지난 29일 머스크가 경영하는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망 스타링크 금융계좌 동결도 명령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엑스에 부과한 벌금 납부 집행 절차를 위한 것이었는데, 엑스에는 벌금을 감당할 자금이 충분하지 않으니 머스크 휘하 회사인 스타링크의 계좌를 동결해 벌금을 내게 하겠다는 조치였다.
대법원이 엑스에 철퇴를 내린 배경에는 10월 브라질 지방선거를 앞두고 엑스를 통한 증오·인종차별 메시지 유포·재생산이 '선을 넘었다'는 판단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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