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우려' 셰일가스 추출방식, 美대선 쟁점화…해리스에 딜레마

입력 2024-09-01 02:43   수정 2024-09-01 02:46

'환경우려' 셰일가스 추출방식, 美대선 쟁점화…해리스에 딜레마
美에너지자립·경제·환경·건강 결부된 데다 경합주 주민 이해 걸려
트럼프, 해리스의 '반대→허용' 입장 변화 집요하게 추궁할 듯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셰일가스 추출을 위한 수압 파쇄법(fracking·이하 프래킹)이 11월 미국 대선의 중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양당 후보 중 누구도 이 방식을 금지하자고 주장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미국의 에너지 및 환경 정책과 국민 건강, 경합주 유권자 표심에 미칠 영향 등이 결부되면서 정쟁의 소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프래킹은 암반에 액체를 고압으로 주입해 균열을 일으켜 가스를 분리해 내는 방식이다. 중동 석유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를 낮춘 '셰일 혁명'의 중요한 조력자이면서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우려를 불러왔다.
기후위기를 부정하고 화석에너지원의 적극적 개발을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줄곧 프래킹 찬성론자인 반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반대'에서 '허용'으로 입장을 변경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을 때 프래킹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는데, 조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가 된 이후부터 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에 보조를 맞췄다. 그리고 11월 대선을 앞두고 지난 29일 진행한 CNN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되면 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30일, 프래킹이 중요 수입원과 연결되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행한 유세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언젠가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 모자'를 쓰게 될 것이라며 조롱했다. 상황에 따라 자기 입장을 바꾸는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만들려는 행보로 읽혔다.
프래킹과 관련한 찬반 논쟁이 큰 배경에는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수질을 오염시키며 지진 발생 가능성을 키우는 등 주로 환경 및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자리 잡고 있다. 다른 전통적인 화석에너지원 시추 방식 역시 환경 관련 부담이 존재하지만 프래킹은 그 심각성이 더 큰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소아천식과 백혈병, 림프종 등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들이 존재한다.
미국 매체 더힐에 따르면 예일대 공중보건 전문가인 니콜 데지엘 부교수는 "프래킹 현장 근처 지역사회가 다양한 질환의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견고한 증거가 있으며, 어린이들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증거가 가장 강력하다"고 말했다.
프래킹이 중요 대선 쟁점으로 부상한 배경에 미국의 전반적인 에너지 안보와 환경 및 건강 영향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대선 승부를 가를 7대 경합주 가운데 가장 가장 많은 선거인단(19명)이 걸려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의 경제적 이해가 걸려 있다.
FTI 컨설팅이 가스산업계 의뢰로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2022년 펜실베이니아 토지 소유주 약 20만명이 자기 토지에서 가스정을 운영하게 한 대가로 총 60억달러(약 8조원) 이상의 사용료를 받았다.
또 2022년에 약 12만명이 프래킹과 관련된 일자리를 가졌는데 평균 연봉이 9만7천달러(약 1억3천만원)를 넘었다. 가스산업은 펜실베이니아주와 지역 정부에 총 32억달러(약 4조3천억원)의 세수를 창출했다.
결국 기후위기를 중시하고 친환경 에너지정책을 적극 지지해온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의 '일관성 결여' 논란을 감수해가며 프래킹 허용 기조를 보이는 것도 펜실베이니아 주민들의 표심을 의식한 측면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자유무역 심화의 영향 속에 제조업 기반이 취약해진 러스트벨트(rust belt·쇠락한 오대호 연안 공업지대) 일부인 펜실베이니아주 유권자들이 의지하고 있는 수입원을 차단할 경우 펜실베이니아주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펜실베이니아는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승리했으나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탈환에 성공했고,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경합주 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격전지로 분류되고 있다.
대선까지 남은 약 2개월간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해리스 부통령의 프래킹 관련 입장 변화를 '약한 고리'로 삼아 계속 공세의 고삐를 당길 것으로 보인다.
마치 낙태권에 대해 민주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 전개될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낙태 허용 여부를 주별 결정에 맡겨야 한다며 전통적 공화당의 '낙태 반대' 기조에서 이탈해있지만 민주당은 트럼프가 집권하면 연방 차원에서 낙태를 금지하는 입법에 나설 것이라며 공격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보수 확고 우위로 재편된 연방대법원이 연방 차원에서 낙태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지난 2022년 폐기한 사실과 그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치적으로 자랑해온 사실을 부각하며 트럼프가 집권하면 낙태 금지 기조로 바뀔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이와 유사하게, 공화당은 펜실베이니아 유세 등 계기에 프래킹 허용에 대한 해리스의 진정성 문제를 거론하며 해리스 집권 시 프래킹 금지로 다시 돌아설 것이라는 주장을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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