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지방선거서 극우 돌풍…나치 패망 이래 극우정당 첫 승전보(종합)

입력 2024-09-02 10:11  

독일 지방선거서 극우 돌풍…나치 패망 이래 극우정당 첫 승전보(종합)
AfD, 옛 동독 지역 튀링겐 주의회 선거 승리·작센주는 간발의 차 2위
AfD 대표 "역사적 승리"…타정당 협력 거부에 주정부 참여 가능성은 낮아
숄츠, 집권연정 참패에 내년 총선 '빨간불'…조기 총선 목소리도 커질 듯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1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튀링겐 주의회 선거에서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제1당에 올랐다. 독일 극우정당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나치 독일 시기 이후 처음이다.
극우 돌풍에 밀려 연방정부를 구성하는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자유민주당(FDP)은 모두 한 자릿수 득표율에 머물러 참패했다.
튀링겐 주의회 선거 최종 집계 결과 AfD는 득표율 32.8%로 1위를 차지, 2013년 창당 이후 처음으로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외신들은 1945년 나치 독일이 패망한 이후 독일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극우정당이 승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튀링겐 선거에서 중도 우파 성향 기독민주당(CDU)은 23.6%로 2위, 급진좌파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이 15.8%로 3위를 차지했다.
신호등 연정 참여 정당 가운데 올라프 숄츠 총리가 속한 SPD는 6.1%, 녹색당 3.2%, FDP 1.1%의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했다.
AfD는 이날 함께 치러진 작센 주의회 선거에서도 30.6%를 얻어 2위로 선전했다.
이 지역에서는 CDU가 득표율 31.9%로 간발 차 1위를 차지했고, BSW가 11.8%로 3위를 했다. 숄츠 총리의 SPD는 7.3%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알리스 바이델 AfD 중앙당 공동대표는 공영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우리에게 역사적인 성공"이라고 자평했다.
옛 동독 지역인 튀링겐과 작센은 경제적으로 낙후되고 반이민 정서가 강해 진보 성향이 짙은 신호등 연정 지지율이 낮고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AfD가 득세하고 있다.
특히 튀링겐 AfD 대표인 비외른 회케는 신나치를 연상시키는 선동적 언사를 보여 독일의 대표적 극우 정치인으로 꼽힌다.
AfD는 2019년에는 튀링겐 주의회 선거에서 23.4%, 작센에서 27.5% 득표율로 각각 2위에 올랐다.
AfD가 신호등 연정에 대한 불만과 극우 바람을 타고 약진하긴 했지만 튀링겐과 작센에서 주정부에 참여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독일 기성 정치권을 대표하는 SPD와 CDU를 비롯한 대부분 정당은 AfD와 협력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 헌법수호청은 튀링겐·작센 지역 AfD를 우익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해 합법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튀링겐에서 CDU를 중심으로 BSW와 SPD 등 3개 정당이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작센 역시 미하엘 크레치머 현 주총리가 이끄는 CDU가 차기 정부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카르스텐 린네만 CDU 사무총장은 "(튀링켄과 작센) 유권자들은 우리가 AfD와 연정을 구성하지 않을 것임을 알았고 이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는 매우 분명한 입장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바이델 AfD 공동대표는 무지한 발언이라고 비난하면서 "유권자들은 AfD가 정부에 참여하기를 원한다"고 반박했다.
회케 튀링겐 AfD 대표도 "가장 강력한 정당이 연정 회담을 시작하는 것이 전통이다. 우리는 변화가 필요하며 그 변화는 AfD와 함께 해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주 정부 참여 의지를 피력했다.
튀링겐과 작센 주정부 연정 협상에는 두 지역에서 모두 3위를 한 신생 정당 BSW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BSW는 AfD와 개별 입법은 협력할 수 있다며 협력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았다.
좌파 포퓰리즘 성향의 BSW는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 러시아와 관계 회복, 포용적 이민정책 전환 등을 주장해 핵심 이슈에서 AfD와 입장을 공유한다. 이 정당은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과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배치 계획 철회를 연정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신호등 연정 참여 정당들은 5년 전 선거보다 저조한 득표율로 등 돌린 민심을 재확인하게 됐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연정을 평가하는 시험대로 여겨졌다는 점에서 조기총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질 전망이다.
바이델 AfD 공동대표는 이번 선거가 숄츠 총리가 이끄는 연정에 대한 '거부'라면서 "그들은 자신들이 계속 통치할 수 있는지 자문해야 하며 그 질문은 새로운 선거를 통해 제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22일에는 내년 9월 연방의회 총선 이전 치러지는 마지막 주요 선거이자 숄츠 총리의 지역구 포츠담이 있는 브란덴부르크 주의회 선거가 치러진다. AfD는 브란덴부르크에서도 CDU를 따돌리고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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