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비판에 "오만하다"며 반발 속 고립 피하려는 의지 드러낸 듯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을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조직 탈레반이 최근 제정한 '도덕법'과 관련해 서방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지만 자신들은 국제 사회와 교류에 전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함둘라 피트라트 아프간 정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보낸 음성 메시지를 통해 탈레반 당국이 "이슬람 율법에 따라 모든 국가, 단체와 긍정적 교류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교류는 문제 해결과 관계 발전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며 국제사회가 탈레반 당국과 긍정적으로 교류할 것을 촉구했다.
탈레반 성명은 자신들이 만든 도덕법을 고수하면서도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지 않으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최근 탈레반은 여성 인권을 탄압하는 내용의 도덕법을 제정해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도덕법에 따르면 아프간에서 여성은 집 밖에서 신체를 완전히 가려야 하고, 공공장소에서는 목소리도 내지 못한다. 또 이 법은 동성애, 동물 싸움, 음악 공연 등도 금지한다.
이에 대해 로자 오툰바예바 유엔 아프가니스탄 지원단(UNAMA) 단장은 도덕법이 시행되면 경찰이 모호한 법 조항을 이용해 누구든지 위협하고 구금할 수 있게 된다며 "이 법이 아프가니스탄의 미래에 대한 고통스러운 비전을 보여주며 협력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인권 단체들도 여성에 대한 학대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에 탈레반은 서방이 이슬람 율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해 오만하게 비판하고 있다며 더는 UNAMA와 협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탈레반을 포함한 아프간의 모든 이해당사자와 계속 소통할 것이고 우리는 사실상의 당국이 외교적 교류를 위해 더 많은 길을 열도록 촉구할 것"이라며 "우리는 항상 유엔 규범을 지키고 인권과 평등 메시지를 강조한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2021년 8월 아프간에서 재집권했지만, 국제사회는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은 최근 카타르에서 열린 유엔 주최 아프간 회담에 참석하는 등 외교적 활동을 확대하며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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