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에 떠돌이 개 약 400만 마리 추산…살처분 위기" 시끌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튀르키예에서 떠돌이 개를 안락사할 수 있도록 한 법 개정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고 abc 뉴스 등 외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이스탄불에 모인 수천 명의 시민과 동물권 운동가들은 떠돌이 개 안락사를 인정한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수백만마리의 개가 살처분될 위기에 놓였다고 항의했다.
지난 7월 의회에서 처리된 개정 동물보호법에는 유기견과 들개의 동물보호소 수용 규정이 강화됐고 안락사 근거도 추가됐다.
이에 따라 공중 보건에 위험을 초래하거나 통제가 어려울 정도로 공격적인 개, 입양이 불가능한 개 등에 대해 안락사가 허용됐다.
또 기존엔 지방정부가 들개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과 예방접종 후 다시 거리에 방사할 수 있도록 했지만, 개정법은 붙잡은 개의 정보를 정부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하고 개가 입양될 때까지 보호소에 수용하도록 하는 등 관리를 강화했다.
튀르키예 정부와 집권 정의개발당(AKP)은 지난해 12월 수도 앙카라에서 10세 어린이가 개떼에 물려 크게 다친 사건 이후 동물보호법 개정을 추진했다.
튀르키예 전역에는 약 400만마리의 떠돌이 개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떠돌이 개 보호시설은 약 10만5천마리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법이 국가적인 문제로 부상한 떠돌이 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보호소는 죽음의 수용소다', '피의 법률을 철회하라' 등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흔들며 법 폐지를 촉구했다.
시위에 참여한 하산 키질리아탁(64)은 AP 통신에 "법이 즉시 폐지되기를 바란다. 그들(길 잃은 개들)은 우리처럼 살아있는 존재다. 우리는 그들의 말살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에르도안을 지지한다는 아이텔 아슬란(55)도 "2016년 7월 쿠데타 시도 당시 우리가 대통령 편에 섰던 것처럼 지금 우리는 길 잃은 동물들을 위해 여기 왔다"고 거들었다.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도 법 개정 2주 만에 헌법재판소에 사법심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반면 법 개정에 찬성하는 단체들은 2022년 이후 길거리 개 물림 등으로 65명이 사망했다면서 거리에서 떠돌이 개를 모두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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