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국 인재들에 미국행 '권장'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이 미국과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도 내년에 인재 240명을 미국에 국비 유학을 보낼 예정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교육부 산하 국가유학기금관리위원회(CSC)는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UC어바인)·다트머스대·템플대 등 미국 내 7개 파트너 대학에 내년 진학할 석사·박사 학위 취득 유학생 240명을 조만간 선발한다.
CSC는 국비유학 수혜자는 졸업 후 귀국해 최소 2년간 중국에서 일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중국 출신 과학자는 물론 유학생을 대상으로 스파이 색출 분위기가 여전해 중국 일반 유학생의 미국행이 시들한 상황에서 CSC의 이런 조처가 눈길을 끈다고 SCMP는 전했다.
사실 수십년간 과학 인재 확보 경쟁을 벌여온 미·중 양국이 이제는 '스파이 전쟁'을 벌이는 탓에 그 여파가 양국 학생들의 상대국 기피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이 2008년부터 첨단 과학기술 육성 차원에서 해외 인재 양성 국가 프로젝트인 '천인계획'(千人計劃)을 강행하자 미국은 이를 산업 스파이 행위와 연결해 왔다.
2018년 11월부터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시로 기술 정보와 지식재산권(IP)을 탈취하려는 중국 시도를 저지하려는 목적의 수사 프로그램인 '차이나 이니셔티브'가 시작됐고, 그로 인해 인종적 편견·공포 조성 우려가 커졌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2022년 2월 차이나 이니셔티브를 공식 종료했으나, 지난 6년간 대부분 아시아계로 추정되는 과학자 250여명이 적발됐고 이 중 112명이 직장을 잃었다는 통계도 나왔다.
미 당국 조사를 받아온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파인버그 의대 전직 연구교수인 제인 우 박사가 지난달 10일 시카고 자택에서 60세 나이로 목숨을 끊는 일도 발생했다.
미국 내에서 자칫 스파이로 몰릴 걸 우려한 중국 학생들이 미국 유학을 주저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미국행 국비유학을 추진한 것이 이채롭다는 보도다.
그러나 미국 학생들의 중국행(行)은 줄어들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중국 교육부는 2019년 17만2천571명이던 외국 유학생 수가 팬데믹이 본격화한 2020년 8만9천751명으로 줄어든 뒤 2022년 11만4천112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히면서도 2023년 유학생 수를 공개하지 않아 왔다.
주중 미국 대사관측은 2011∼2012년 1만5천명에 달했던 중국 내 미국인 유학생 수가 최근 350명까지 줄었다고 확인한 바 있으며, 이로 미뤄볼 때 올해도 그 수는 수 백명에 불과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사실 중국이 각종 경제·안보 이슈로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과 갈등과 대립을 고조시키는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유학 이후 진로가 협소해질 것을 우려해 유학생이 중국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최근 몇 년 새 반(反)간첩법, 데이터 보안법에 이어 국가기밀보호법을 강화한 것도 외국 유학생들이 중국을 기피하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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