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빚 늘려 3기 신도시 보상·매입임대주택 11만가구 공급(종합)

입력 2024-09-02 15:28  

LH, 빚 늘려 3기 신도시 보상·매입임대주택 11만가구 공급(종합)
중장기 재무계획상 부채비율 208%→233% 변경 추진…1년만에 방향 전환
이한준 사장 "매입임대주택 정부지원 단가 높여달라" 요청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채를 늘려 3기 신도시와 신규 국가산업단지 조성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대기로 했다.
내년까지 빌라, 오피스텔 등 신축 매입임대주택 11만가구도 공급한다.
LH의 부채 문제 때문에 3기 신도시 보상이 늦어지는 등 주택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잇따르자 정부와 협의해 LH가 지켜야 하는 부채비율 상한선을 높이기로 한 것이다.
이한준 LH 사장은 2일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신축 매입임대 현안 설명회를 열고 "3기 신도시와 14개 신규 국가산업단지 추진을 위해서는 사채를 더 끌어와 보상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2027년까지 208%로 낮춰야 하는 부채비율을 2028년까지 233%로 변경하는 것을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LH 부채는 153조원이며, 부채 비율은 218%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6월 말 LH를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하며 LH가 2027년까지 부채비율을 208%까지 낮추는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준수하도록 했다.
그런데 주택 공급 부족으로 LH 역할이 계속해서 커지자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세운 지 1년여만에 부채비율을 늘리는 것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LH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역대 최대 공공주택 공급' 물량(내년 25만2천가구)의 대부분을 맡고 있다.
침체한 비(非)아파트 시장을 살리기 위한 신축 매입임대주택 11만4천가구(2024∼2025년) 공급 목표 중 10만가구가 LH 몫이다. LH는 이보다 더 많은 11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자체 목표치를 잡았다.
매입 대상은 교통이 편리하고, 생활 인프라가 구비된 지역에 신축되는 빌라, 오피스텔, 소규모 단지 내 아파트 등이다.
이 사장은 "LH 부채는 다른 공공기관과 다르게 부채를 끌어와 자산을 취득하는 구조라 5∼6년 후 토지를 매각하면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LH 부채 153조원 중 64조6천억원은 임대보증금 등 이자를 부담하지 않는 회계상 부채이고, 이자를 부담하는 부채는 88조3천억원이다. 이 중 절반가량인 45조4천억원은 공익사업을 위해 주택도시기금에서 융자받은 것이기에 부채를 지금보다 더 늘려도 재무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게 이 사장 설명이다.



그러나 당장 올해 목표치인 신축 매입임대주택 5만가구 공급부터 현실화가 가능한지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말까지 LH에 접수된 주택 매입 신청 건수는 예년의 4배인 10만3천가구에 이르지만, 이를 전부 매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두 차례 심의를 통해 공실 발생 우려가 없는 위치인지, 설계와 품질은 기준에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45%가량이 탈락한다. LH와 매입 약정까지 맺는 비율은 신청 건의 40% 정도다.
이 사장은 올해 목표치인 5만가구 매입 약정은 채우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내년까지 11만가구 약정 달성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LH는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매입임대주택 매입 약정이 체결되기 시작한다고 밝혔다. 현재 심사를 통과하고 약정 체결 대기 중인 주택은 2만5천가구다.
LH는 원활한 공급을 위해 매입임대주택 지원 단가 인상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지난해 정부 지원 단가 비율은 65% 수준이다.
매입임대주택 가구당 실제 매입 가격 평균은 2억5천만원인데, 정부가 이 중 1억6천만원을 예산으로 지원했다는 뜻이다.
정부는 지난달 공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매입임대주택 지원 단가를 조정해 지원율을 72%로 높였다. 이는 국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LH는 2026년 86% 2027년 90%, 2028년 95% 등으로 정부 지원율을 95%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인력도 보강한다.
LH는 수도권 매입 물량을 집중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수도권 주택 매입 인력을 4팀 87명에서 9팀 200명으로 보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까지 LH가 공급하는 매입임대주택의 절반인 5만가구는 분양 전환형으로 공급한다. 임차인이 6∼8년간 살다가 시세보다 낮은 가격(입주 때 감정가와 분양 때 감정가의 평균)으로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하면 LH 입장에선 투입 자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다.



이 사장은 14년간 매각에 실패한 경기 성남시 LH 오리 사옥을 부지 용도 변경을 통해 매각하겠다는 방안도 재차 밝혔다.
오리 사옥 부지는 일반 상업지역으로, 건물 용도가 오피스 등 업무시설로 제한돼 있다.
이 사장은 "현재 1기 신도시 분당에서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성남시와 협의해 LH 사옥을 포함한 오리역 일대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통한 매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LH가 보유한 서울 여의도 학교 부지에 대해서는 "서울시, 영등포구와 협의해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통해 구매자가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LH는 고가 매입, 건설 사업자 배불리기 논란을 피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매입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가격 감정평가 때 매도인(사업자)의 개입 여지를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신축 매입임대주택은 2개 감정평가 기관이 산정한 금액의 평균을 내 매입가격을 정한다.
기존에는 감정평가기관을 LH가 1곳, 사업자가 1곳씩 추천했으나, 앞으로는 감정평가사협회와 LH가 추천한 감정평가기관만 가격 산정에 참여하도록 했다.
협회가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감정평가서의 적정성을 검증하고, 이를 통과한 평가서만 LH에 제출토록 하는 절차도 신설했다.
올해부터는 수도권 100가구 이상 주택 매입 때 '공사비 연동형' 가격 산정 방식을 도입했다.
토지는 감정가, 건물은 공사원가로 매입 가격을 정하는 방식으로, 설계도면과 공사내역서를 사업자가 제출하면 외부 원가계산 전문기관에서 내역을 검증해 가격을 산정한다. 이후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가격심의위원회에서 매입 가격이 적정한지 재검증한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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