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안갯속 운명에 판매자들 '끙끙'…"회생도 파산도 문제"

입력 2024-09-02 16:19  

티메프 안갯속 운명에 판매자들 '끙끙'…"회생도 파산도 문제"
"회생 개시하면 채무 탕감해준다니…그렇다고 파산도 답 아냐"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티몬과 위메프가 회생과 파산 기로에 놓이면서 미정산금을 돌려받을 대안을 찾지 못한 피해 판매자들이 속을 끓이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는 지난달 2일부터 한 달간 자율구조조정지원(ARS) 절차를 밟았으나 채권자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자구안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서울회생법원의 회생 여부 결정에 운명을 맡기는 처지가 됐다.
법원은 판매자들에게 의견서를 받을 예정이지만 아직 판매자들은 회생 개시 여부에 대한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
회생절차가 개시돼 티몬과 위메프가 채무 일부를 탕감받게 되면 판매자들은 그 피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고, 법원이 회생 신청을 기각할 경우 티몬과 위메프가 파산할 가능성이 커 피해 복구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티몬과 위메프에서 농산물을 판매하다 이번 사태로 7억원가량 피해를 봤다는 한 판매자는 2일 "상황이 심각해 어느 쪽으로도 생각을 못 하겠다"며 "회생절차를 밟는다고 우리 채무를 탕감해주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고 그렇다고 파산하면 (피해 보상은) 되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피해 금액이 1조원이 넘는데 탕감해주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탕감해주면 판매자들은 위험해지는데 범법행위를 저지른 구영배(큐텐 대표) 죄부터 밝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개했다.
위메프와 큐텐그룹 계열 인터파크커머스에서 약 4억원을 정산받지 못한 피해자는 "현실적으로 10∼30%라도 받으려면 회생 절차로 가야 하지 않나 싶다"며 "회생하면 인수나 사모펀드 투자나 이런 게 가능하지 않을까 희망 회로를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안은 ARS였지만 자구책도 없고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 안 간다"며 "2안은 회생해서 뭐라도 건지길 바라는 거고 파산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미정산 사태가 터지고 한 달이 훌쩍 넘게 지나다 보니 자포자기 한 판매자들도 있다.
위메프에서 옷을 판매하다 1억원가량 손해를 본 판매자는 "솔직히 이제 포기해서 못 받을 돈이라고 생각하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생이 된다고 한들 과연 티메프에서 누가 물건을 사고팔까 싶다. 장사할 사람이 몇 없을 것"이라며 "최고의 수를 생각해도 부채 떨구고(탕감하고) 먼저 돈을 줘야 하는 (티메프) 직원들 돈 주고 나면 남는 게 얼마나 될까 싶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1억4천만원가량의 피해를 본 또 다른 판매자도 "(피해 본) 돈은 못 찾을 것 같다. 자구안이든 회생이든 파산이든 다 말장난일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이미 일은 터졌고 판매채널이 다 날아갔다"며 "돈을 받고 못 받고를 떠나 이번 기회가 정부가 펀드식으로 운영하든 지원하든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서 제대로 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를 키우는 걸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판매업체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런 개별 판매자들의 의견을 취합해 이르면 이번 주 중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신정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아직 판매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며 "회생 절차가 진행되면 상당 부분 채무를 탕감해줘야 하는데 이걸 받아들일 수 없는 판매자들도 있고, 최악의 경우인 파산을 막기 위해 회생 절차를 밟자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 30일 티몬과 위메프 채권자협의회 등의 참석하에 2차 회생 절차 협의회를 열고 ARS 프로그램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법원은 조만간 채권자들의 의견을 취합하고서 두 회사의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ae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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