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연속 거부 고이케 도쿄지사와 대조적…조선인 학살 언급 없는 점은 '한계'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오노 모토히로 일본 사이타마현 지사가 101년 전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를 추도하는 행사에 처음으로 추도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2일 확인됐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일본 시민단체인 '강대흥 씨의 생각을 새겨 미래에 살리는 모임' 실행위원회의 오가와 미쓰루 사무국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오노 지사는 오는 4일 사이타마시에 있는 절인 조센지에서 열릴 추도식에 "간토대지진이 발생한 지 101년을 맞아 진재(震災·지진에 의한 재해)에서 희생된 모든 분의 영혼에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라는 한 문장의 짤막한 추도 메시지를 보냈다.
오노 지사는 실행위의 추도문 송부 요청을 받고 올해 처음으로 이에 응했다.
이는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를 추도하는 행사에 올해까지 8년 연속 추도문을 보내기를 거절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오노 지사의 메시지도 간토대지진에서 희생된 모든 분에 대해 애도한다고 표현했을 뿐, 당시 조선인 학살 피해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내용이 담겨있지는 않은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오가와 국장은 "처음 메시지가 나왔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내년에도 지사에게 추도문을 요청할 텐데 그때는 조선인 학살 등의 내용에 대한 언급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대흥 씨는 1923년 간토대지진 직후 조선인 학살이 자행되던 도쿄에서 사이타마로 피난하던 중 자경단에 칼과 창으로 살해됐다. 숨질 당시 24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주민들이 만든 고인의 묘가 있는 조센지에서는 매년 9월 추도 행사가 열리고 있다.
오가와 국장은 고이케 도쿄도 지사가 매년 9월 1일 도쿄에서 열리는 조선인 희생자 추도 행사에 추도문 송부를 거부하는 데 대해 "도쿄에서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학살되고 희생됐다는 것은 명백하다"면서 "추도문을 보내지 않는 것은 역사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본인으로서 부끄럽고 한국인에게도 죄송스럽다"며 "일본과 한국, 일본과 북한의 우호를 생각한다면 간토대지진의 (조선인) 학살을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이케 지사는 취임 첫해인 2016년에는 추도문을 보냈으나, 이후 올해까지 8년 연속 도쿄도 위령협회 대법요(大法要)에서 "대지진으로 극도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희생된 모든 분께 애도의 뜻을 표한다"는 메시지를 밝힌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송부를 거절했다.
간토대지진은 일본 수도권이 있는 간토 지방에서 1923년 9월 1일 발생했다. 지진으로 10만여 명이 사망하고 200만여 명이 집을 잃었다.
일본 정부는 당시 계엄령을 선포했고 일본 사회에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거나 '방화한다' 같은 유언비어가 유포됐다. 이러한 헛소문으로 약 6천 명으로 추산되는 조선인과 중국인 약 800명이 살해됐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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