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석방에 내가 가장 헌신"…시위·총파업·바이든 타박에 강경태세
'필라델피 회랑' 병력 주둔 고수…"하마스 산소 공급로, 우리 생존에 필수"
(이스탄불·서울=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김연숙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대규모 시위와 총파업 등으로 분출된 가자지구 휴전 촉구 목소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휴전 압박에도 기존의 강경 입장을 2일(현지시간) 재확인했다.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AFP,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밤 기자회견에서 "인질 석방에 나보다 더 헌신적인 사람은 없다"며 "누구도 나에게 설교할 수 없다"고 휴전·인질석방 협상 요구를 일축했다.
이번 회견은 지난 1일 예루살렘 등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서 휴전협상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에 이어 이날 노조 총파업 후 나온 네타냐후 총리의 첫 입장 표명이다.
이와 함께 이날 앞서 바이든 미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협상에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한 후 나온 것으로, '설교' 언급은 바이든 대통령의 답변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회견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드물게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았다. 또 대형 스크린에 가자지구 지도를 띄우고 이를 지휘봉으로 가리키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의 완충지대 '필라델피 회랑'에 이스라엘군을 주둔시키겠다는 의지를 고수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필라델피 회랑 주둔은 "전략적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자전쟁 목표는 하마스 파괴, 인질 송환과 함께 가자지구가 더는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 북부 국경 주민들을 안전하게 돌려보내는 것이라며 "이러한 목표 중 세 가지가 한 곳을 통과한다. 바로 필라델피 회랑"이라고 말했다.
그는 "필라델피 회랑은 하마스에 산소와 재무장을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이라며 "이 회랑은 우리 생존에 필수"라고 주장했다.
또 "악의 축(이란과 대리세력)이 필라델피 축을 필요로 한다"며 바로 그것이 이스라엘이 필라델피 회랑을 통제해야 하고, 이스라엘의 주둔을 영구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라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집트는 국경을 보호하지 못한다며, 2005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자국민과 군대를 철수하면서 필라델피 통제권을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내주기 전에도 자신이 당시 이스라엘 샤론 총리에게 필라델피 회랑의 통제권 유지를 주장했었다고 말했다.
이후 여러 정부에 걸쳐 하마스의 군사력 증강과 맞서 싸웠지만 국내외 적법성 부족으로 가자지구 탈환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이는 군사 전술적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가하는 엄청난 외교적 압력의 문제"라며 이스라엘군이 필라델피 회랑에서 떠나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필라델피 회랑에서 철수한다고 인질들을 데려올 수는 없을 것이고 반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철수 시 휴전 1단계 기간 하마스가 인질들을 육로로 이란이나 예멘으로 옮길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마스에 끌려갔던 자국 인질 6명이 가자지구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것에 대해선 "끔찍한 일"이라며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필라델피 회랑에 대한) 결정 때문에 일어난 게 아니다. 첫째 그들이 협상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인질들을 데려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인질 살해 과정을 언급하며 "이스라엘은 이 학살을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며 하마스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각 내 갈등과 관련해 그는 "우리가 이미 (필라델피 회랑에서) 떠나지 않기로 결정했음에도 내각 목소리와 정부 장관들이 철수를 주장하고 있다"며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을 에둘러 비판했다.
갈란트 장관은 지난달 29일 안보내각 회의에서 필라델피 회랑 주둔 표결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그는 "하마스는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고 인질도 풀려나지 못할 것"이라며 번복을 주장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갈란트 장관과 관련한 질문에 "신뢰가 있는 한" 관계는 지속될 수 있다면서도 모든 장관이 내각 결정에 따라야 한다며 "지금은 그것이 시험받고 있다"고 답했다.
회견 후 이스라엘 야권 지도자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네타냐후 총리가 '현실과 동떨어진 정치적 조작'을 하고 있다며 "(네타냐후 총리는) 협상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오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질 가족들의 모임인 인질가족포럼도 네타냐후 총리를 '범죄 수준의 태만'이라 부르며 인질 송환을 위한 정부 투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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