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청년 서구화 배격" 사회주의 이념 교육 기치…최근 서방의 中견제·비판 의식?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 당국이 자국 청년들을 서구화하려는 외세에 맞서 행동하라고 촉구하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6년 전 연설을 공개해 주목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이론지 '추스'(求是)의 지난달 31일 자에 시 주석의 2018년 전국 교육대회 연설 전문이 실렸다.
시 주석은 당시 이 연설에서 중국 청년에 영향을 미치고 체제 전복 의도를 가진 외세의 위협을 강조했다. 외세가 중국 청소년을 서구화하면서 색깔 혁명을 획책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교육 현장에서 이념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색깔 혁명은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 구소련과 동구권 붕괴 이후 일어난 대규모 시위 등을 일컫는다. 2005년 조지아공화국의 장기 집권 반대 시위, 2004년 11월 우크라이나 부정 선거 규탄 오렌지 혁명, 2018년 아르메니아 벨벳 혁명 등이 그것이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그들(외세)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와 사회주의 체제를 겨냥한 파괴적인 활동을 멈추지 않아 왔고 색깔 혁명을 늘 모의해왔으며, 이를 위해 젊은이들을 겨냥해왔다"면서 "이에 맞선 우리는 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오늘날 (중국) 청년은 오랜 기간 평화롭게 살아 생사의 갈림길에 처했던 민족의 고통을 겪어보지 못했으며, 힘든 전투에도 참여하지 않았다"며 "그들을 인도하고 교육하지 않으면 올바른 이상을 갖기 어렵고 길을 잃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사회주의 계승자를 양성하고 확고한 이상과 신념을 확립해야 하며, 특히 중국 특색의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이상을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당시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새로운 시대의 교육'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행사에서 이런 내용의 연설을 했다면서, 여기엔 당시 중국에 대한 서방의 적대감이 고조되는 데 맞서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SCMP는 분석했다.
신문은 아울러 중국 당국이 6년이 지난 시점에서 해당 연설 전문을 공개하고 나선 건 최근 분위기 역시 공산당 일당 독재를 바탕으로 시장경제를 수용한 중국 특색사회주의 체제가 외세로 인해 크게 위협받는다는 인식을 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중국 당국이 근래 초·중생용 교과서에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시진핑 사상)'을 정식으로 포함해 이번 가을학기부터 본격적인 교육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중국 교육부는 초·중학생용 도덕과 법치·어문·역사 등 3과목의 교과서에 시진핑의 경제·법치·문화·생태 문명·강군·외교 사상을 항목별로 넣었다.
시진핑 사상은 중국 특색사회주의를 견지하면서 사회주의 현대화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자는 게 핵심으로, 각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룬 사회주의 현대화로 미국을 넘어선 선진국이 되자는 '중국몽(中國夢)'을 강조하고 있다.
2012년 말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계기로 집권한 시 주석은 이념적 통제 의지를 강조해왔다고 SCMP는 전했다.
실제 시 주석은 2013년 중국 내 대학 수업에서 보편적 가치와 언론의 자유, 시민 자유 등 7가지 주제를 배제하라고 요구했는가 하면, 중국특색 사회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민감한 교육 내용을 검열토록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시 주석은 2018년 한 연설에서 학생들에게 사회주의 핵심 이념을 제대로 교육하기 위해 중국 현대사, 혁명사, 공산당사를 더 많이 배워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애국주의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2022년 제20차 당대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서는 "중국에서 핵심 사회주의 가치가 대중의 공감을 얻고 있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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