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주지 못한 국가 용서해달라"…하마스에 살해된 인질 장례식

입력 2024-09-03 11:11   수정 2024-09-03 12:04

"지켜주지 못한 국가 용서해달라"…하마스에 살해된 인질 장례식
예루살렘서 美 이중국적자 골드버그-폴린 장례식…수천 명 몰려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 "남은 인질 데려오기 위해 결단 내려야"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지난해 10월 하마스에 끌려간 지 11개월여만에 가자지구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인질 허쉬 골드버그-폴린(23)의 장례식이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치러졌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골드버그-폴린은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31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땅굴에서 시신을 수습한 인질 6명 중 한 명이다.
7세 때 가족과 함께 이스라엘로 이주해 미국과 이스라엘 이중국적자인 골드버그-폴린은 하마스 기습 공격이 발생한 지난해 10월 7일 23번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노바 음악 축제에 갔다가 변을 당했다.
그는 납치 당시 이미 심각한 상처를 입었으며, 왼쪽 팔이 심하게 다친 채로 하마스에 의해 트럭에 강제로 태워지는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되기도 했다.
이날 골드버그-폴린의 장례식에는 추모 인파 수천 명이 몰렸고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과 제이컵 류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 등이 참석했다고 NYT는 전했다.
납치된 아들의 귀환을 위해 전 세계를 돌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는 등 전방위로 노력해온 골드버그-폴린의 부모는 장례식에서 그간의 시간이 "긴 고문의 여정"이었다고 회고했다.

골드버그-폴린의 모친은 추도 연설에서 세상을 떠난 아들에게 "그간 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억누르려고 노력해왔다. 그 마음이 나를 무너뜨릴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이 웃옷을 찢어 슬픔을 표현하는 유대 전통에 따라 찢어진 흰 셔츠를 입고 눈물을 참으며 연설을 이어간 그는 "내 사랑스러운 아들아, 마침내 너는 자유로워졌다"며 아들이 더 이상 불안과 위험 속에서 떨지 않아도 된다는 데에 안도감을 드러냈다고 NYT는 전했다.
앞서 이스라엘 보건 당국은 법의학 조사 결과 골드버그-폴린을 포함한 이스라엘 인질 6명이 시신으로 발견되기 하루에서 이틀 전에 근거리에서 쏜 총에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장례식에 참석한 헤르조그 대통령은 "이스라엘 국가의 이름으로 용서를 구한다"면서 국가가 인질을 보호하고 구출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유감을 표했다.
그는 골드버그-폴린에게 "당신이 일곱살에 이민해 온 바로 그 국가가 당신을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한 것을 사과한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내각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에서는 국가의 지도자들이 나머지 생존 인질을 석방하기 위해 즉각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르조그 대통령은 "의사결정권자들은 아직 구출될 수 있는 이들을 구해내고 우리의 아들, 딸, 형제, 자매들을 데려오기 위해 결단과 용기를 가지고 가능한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인질 구출)는 정치적인 목표도 아니고 이 일이 정치적 분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이스라엘 국가가 그 국민들에 대해 지니는 최고의 도덕적, 유대교적, 인간적 의무"라고 말했다.

wisef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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