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의무에도 오히려 "방문에 감사"…푸틴은 브릭스 정상회의 몽골 초청 '화답'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이하 현지시간)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몽골 방문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과 AFP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주요 정부 기관이 몰려있는 울란바토르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후렐수흐 대통령과 악수하고 뒤이어 칭기즈칸 동상 앞에서 고개를 숙인 뒤 정상회담을 위해 나란히 정부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국제형사재판소(ICC) 가입조약인 로마 규정에 서명한 몽골은 ICC가 푸틴 대통령을 상대로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해야 하지만, 후렐수흐 대통령은 오히려 레드카펫을 깔아주며 푸틴 대통령을 환대했다.
ICC는 지난해 3월 푸틴 대통령에 대해 우크라이나 어린이 불법 이주 등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체포영장 발부 이후 푸틴 대통령이 ICC 가입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푸틴 대통령의 몽골 방문에 정통한 소식통 두 명을 인용, 그가 몽골 방문에 앞서 체포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약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이번 푸틴 대통령의 방문은 첫 몽골인 ICC 재판관이 나온 지 불과 6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푸틴 대통령은 후렐수흐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와 몽골 관계가 모든 방향에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 22∼24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중국·러시아 주도의 신흥 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후렐수흐 대통령을 초청했다.
이에 후렐수흐 대통령은 소련군과 몽골군이 할힌골 강에서 일본을 상대로 거둔 공동 승리 85주년 기념식 등에 맞춰 푸틴 대통령이 방문해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몽골은 에너지 연료를 러시아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몽골을 거쳐 중국으로 이어지는 가스관 '파워 오브 시베리아 2'를 구축할 목표를 세운 상태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전날 오후 11시께 울란바토르 공항에 도착해 몽골 전통 의상을 입은 의장대 사열로 환영받았고 몽골 고위 인사들과 인사를 나눴다.
푸틴 대통령의 몽골 방문에 앞서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몽골에 푸틴 대통령 체포를 촉구했고, 유럽연합(EU)은 몽골의 체포 의무 불이행을 우려했다.
국제법 전문가인 타마스 호프만은 "ICC는 몽골을 협조 의무 위반 혐의로 기소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고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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