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회복 지원 EU 기금으로 건설 활황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건설 붐에 힘입어 고고학자들이 '귀한 몸'이 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고고학자 수요가 급증한 것은 유럽연합(EU)의 코로나19 회복 기금으로 건설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큰 타격을 입었던 이탈리아는 EU가 피해국을 돕기 위해 조성한 유럽개발기금의 최대 수혜국이다.
2026년까지 1천915억유로(약 284조원)에 달하는 코로나19 회복 기금을 EU에서 지원받는다.
이 기금 중 상당액이 건설업에 할당되면서 이탈리아는 때아닌 건설경기 호황을 누리고 있다.
문제는 국토 전체가 문화재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이탈리아에 유물·유적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고고학 유적지를 파괴할 가능성이 있는 건설 현장은 사전 단계로 고고학자가 예방적 발굴을 마친 뒤에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 역사적인 유물을 식별하고 보호하기 위해서다.
건설업자가 정부의 공사 승인을 받으려면 고고학자의 보고서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마르첼라 조르조 전국고고학자협회(ANA) 대표는 "고고학자에 대한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전문가를 구하기 어렵다는 불평이 나온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로마 지하철의 세 번째 노선인 C선 신설 공사다.
C선은 콜로세움과 트라야누스 원주, 막센티우스 성당 등 로마의 대표적인 유적지 아래를 관통하는 노선이다.
약 30억유로(약 4조4천471억원)가 투입되는 이 공사는 극도로 복잡한 프로젝트 중 하나로 고고학적 전문 지식과 감독이 필수적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다만 고고학자 '품귀'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 회복 기금이 끊기고 건설 붐이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고고학자의 일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문화유산 분야의 전문단체 미 리코노시의 활동가 발렌티나 콜라그로시는 "고고학자들은 여전히 고용 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린다"며 "하루에 100유로(약 15만원) 미만을 받는 고고학자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