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문화장관, 국민 세금으로 민간인 여성과 동행 논란

입력 2024-09-04 03:09  

伊 문화장관, 국민 세금으로 민간인 여성과 동행 논란
핵심 쟁점인 공적 자금 사용 여부 놓고 양측 주장 엇갈려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정부의 공식 회의에 문화부 장관의 고문을 자처하는 민간인 여성이 참석하고 기밀 정보까지 제공됐다는 의혹이 불거져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3일(현지시간) 현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와 라레푸블리카 등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마리아 로사리아 보차(41)가 지난달 2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됐다.
여성 인플루언서로 알려진 보차는 젠나로 산줄리아노 문화부 장관과 다정하게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주요 행사 고문으로 임명해준 산줄리아노 장관에게 감사하다"고 썼다.
둘의 관계는 언론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불륜설 등 갖가지 소문을 낳았다. 이에 대해 산줄리아노 장관의 참모진은 보차를 장관의 고문으로 임명한 바 없으며 보차와 장관 사이에는 어떤 친분도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이때만 해도 이 문제는 가십 정도로 취급됐지만, 산줄리아노 장관이 오는 19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주요 7개국(G7) 문화장관 회의 준비차 폼페이를 방문했을 때 보차가 동행한 모습이 포착되면서 논란은 확대됐다.
G7 문화장관 회의를 준비하기 위한 운영 회의에 보차가 참석하고 기밀 정보까지 건네졌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은 정치 현안으로 번졌다.
논란이 커지자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전날 TV 생방송에 출연해 산줄리아노 장관을 옹호했다.
멜로니 총리는 "보차는 G7 문화장관 회의와 관련한 기밀 정보에 접근할 수 없었고, 특히 (보차에게) 공적 자금이 단 1유로도 지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산줄리아노 장관으로부터 확인받았다"고 말했다.
산줄리아노 장관도 이날 일간 라스탐파 기고에서 보차가 G7 문화장관 회의 관련 운영 회의에 참석한 적이 없으며 문화부는 보차에게 단 1유로도, 심지어 커피 한 잔도 지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차의 말은 달랐다. 보차는 이날 라스탐파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문화부 장관의 고문으로 임명됐을 뿐만 아니라 G7 문화장관 회의를 위한 운영 회의에 여러 차례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화부에서 1유로도 쓰지 않았다는 산줄리아노 장관의 언급에 대해 "나는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았고, 문화부가 모든 비용을 지불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보차는 기밀 정보에 접근할 수 없었다는 멜로니 총리의 말을 비웃듯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G7 문화장관 회의 관련 내부 문서를 게시해 공개적으로 반박에 나섰다.
야당은 산줄리아노 장관이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국민의 세금을 민간인에게 썼을 뿐만 아니라 기밀 정보를 유출해 G7 문화장관 회의를 위험에 빠뜨렸다며 장관직 사퇴를 요구했다.
제1야당 민주당(PD)은 "총리의 발언이 보차가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문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부인됐다"며 "산줄리아노 장관은 결백을 주장하려고 총리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냐"고 공격했다.
산줄리아노 장관은 이날 멜로니 총리의 호출을 받고 총리 관저를 방문한 뒤 취재진과 만나 다시 한번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자진사퇴 의사를 묻는 말에는 사퇴 불가 입장을 확고히 했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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