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주재 호주 대사, 보라색 넥타이 맨 사진 올렸다가 초치돼

입력 2024-09-04 11:05  

이란 주재 호주 대사, 보라색 넥타이 맨 사진 올렸다가 초치돼
SNS에 성소수자 기념일 사진 올려…이란 당국 "모욕적이며 전통 위배"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이란 주재 호주 대사가 성소수자의 날을 기념하며 보라색 넥타이를 맨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가 이란 당국에 불려 가 경고받았다.
4일(현지시간) 호주 ABC 방송 등에 따르면 이언 매콘빌 호주 대사는 지난 1일 대사관 공식 인스타그램에 보라색 넥타이 차림의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에서 다른 대사관 관계자들은 보라색 컵케이크와 보라색 꽃을 들고, 보라색 스카프를 매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에는 페르시아어와 영어로 '보라색 입는 날'을 기념해 보라색으로 장식하고 보라색 컵케이크를 만들었다며 "우리는 모든 사람, 특히 성소수자 청소년들이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계속 옹호하자"는 글도 올렸다.
보라색 입는 날은 호주의 성소수자 기념일로 매년 8월 마지막 금요일에 보라색 옷을 입는다. 올해는 지난달 30일이 기념일이었다.
이 사진이 올라오자 이란 언론은 이 게시물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비난했다.
그러자 지난 3일 이란 외교부는 이 게시물이 "규범을 위반했다"며 매콘빌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이란 외무부 관계자는 "호주 대사관이 관례에 어긋나는 콘텐츠를 올린 행위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며 "호주 대사관이 게시한 콘텐츠는 모욕적이며 이란과 이슬람 전통, 관습, 문화에 위배된다"고 말했다고 이란 메흐르 통신은 보도했다.
이란에서 동성애 활동은 불법이며 동성 간 성관계를 한 이는 사형에 처할 수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2022년 동성애를 서구 문명에 만연한 '도덕적 타락'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매콘빌 대사는 이 게시물이 이란 국민과 그들의 가치를 모욕하려는 의도가 아니며, 이란을 언급하지도 않았다고 항변했다.
이 게시물은 삭제되지 않았고, 여전히 인스타그램에 올라와 있다. 호주 외교부도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SNS 게시물을 놓고 이란과 호주가 갈등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아마드 사데기 호주 주재 이란 대사가 SNS에 "늦어도 2027년까지 팔레스타인의 성지에서 이스라엘인을 쓸어버려야 한다"는 글을 올렸고, 이에 호주 외교부는 이란 대사를 불러 항의의 뜻을 전했다.
당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이 발언이 혐오스럽고 증오스러우며 반유대주의적이라며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laecor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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