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토닌 생성 방해하는 빛공해, 인간에도 악영향 줄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빛 공해가 도심에 서식하는 거미의 뇌 크기를 줄여 기어 오르거나 사냥하는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과학 저널 바이올로지 레터스에 실린 연구 논문에 따르면 빛 공해에 노출된 어린 호주의 '정원 구 직조 거미'(garden orb weaving spider)의 경우 뇌 발달, 특히 시각과 관계된 뇌 발달이 줄어들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캐나다 멜버른대 테레사 존스 박사는 빛 공해가 유발하는 뇌 구조의 변화가 수렵이나 채집, 길 찾기 등 거미의 일상생활 능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빛 공해가 무척추동물에 미치는 생태학적 영향을 연구해온 존스 박사는 또 거미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빛 공해는 인간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과 거미는 모두 밤중에 노화방지제이자 낮과 밤의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멜라토닌을 생성하는데, 빛 공해가 멜라토닌 생성을 방해해 재생산, 생존, 면역 기능, 일련의 생리적 절차에도 영향을 준다고 부연했다.
이번 연구는 멜버른 시내의 어두운 곳에서 채집한 거미 30마리(암컷 20마리, 수컷 10마리)를 가로수가 켜지는 도심 길거리와 유사한 환경에 두고 관찰했다. 먹이로는 주 2회 귀뚜라미를 줬다.
이런 환경에서 수컷은 35일, 암컷은 50일을 보내고 성체가 되자 연구진은 이 거미들을 동결시킨 뒤 뇌를 분리해 크기 등을 측정했다.
존스 박사는 "성체가 된 거미는 아름다웠고 몸체는 두툼했다. 몸통 크기는 3㎝에 달했고 다리 길이는 그보다 더 길었다"며 "하지만 뇌의 크기는 볼펜 알에 비견할 만큼 아주 작았다"고 말했다.
또 연구진은 마이크로 CT 촬영 장비를 이용해 실험 대상 거미의 뇌를 관찰한 결과 빛 공해에 노출된 거미 뇌의 '우선 시각 경로' 부분이 대조군 거미 뇌의 같은 부분보다 더 작았다.
퀸즐랜드대학에서 빛 공해 영향을 연구하는 생태학자 로렌 파델 박사는 "도시, 집, 가로등 등에 있는 인공조명이 야생에 많은 영향을 준다"며 "동물들의 정상적인 반응을 방해하거나 움직임 방향감각 등에도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호주의 많은 지자체는 어두운 조명을 쓰거나 조명 사용 시간을 줄이는 등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가정에서도 실외 조명을 줄이고 커튼을 이용해 내부의 빛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면 생태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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