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폐지하자 신규등록 1년 새 69%↓
정부 "공장폐쇄, 사회적 파트너와 협의해야"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정부가 지난해 연말 폐지한 전기차 보조금을 일부 되살리기로 했다. 자국 최대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공장폐쇄와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한다고 밝힌 지 이틀 만이다.
독일 연방정부는 4일(현지시간) 각료회의에서 기업이 전기차를 구입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의결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세액공제는 올해 7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구입한 차량에 적용된다. 정부는 세금 절감 효과가 내년 5억8천500만유로(약 8천700억원), 2028년에는 6억5천만유로(약 9천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의 예산안 위헌 결정으로 긴축재정이 불가피해지자 연말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했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업계 불황으로 감소세였던 전기차 수요가 급감했다. 독일 연방도로교통청(KBA)에 따르면 이달 새로 등록한 전기차는 2만7천24대로 작년 8월에 비해 68.8%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신규차량 감소 폭은 27.8%였다.
전기차 세제 혜택은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49개 항목의 경기부양 방안에 이미 예고됐다. 업계에서는 독일 제조업의 중추 역할을 하는 폭스바겐의 경영난 타개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폭스바겐이 공장폐쇄와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 정부가 직·간접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법적으로도 폭스바겐은 본사가 있는 니더작센 주정부와 노동계 동의 없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다.
독일 정부는 1960년 이른바 '폭스바겐법'을 제정해 주주총회 의결 정족수를 의결권의 80%로 높이고 각 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최대 20%로 제한했다. 이 때문에 지분 20.2%를 보유한 니더작센주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공장 이전이나 신축 등은 노동계 위원이 절반 참여하는 감독위원회에서 3분의2 이상 찬성해야 한다. 다만 공장폐쇄도 이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지는 규정하지 않았다.
로베르트 하베크 경제·기후보호장관은 전날 "현재 논의되는 회사의 결정은 책임감 있게 내려져야 한다"며 '사회적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의하라고 요구했다. 후베르투스 하일 노동장관은 공장폐쇄와 해고는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총리도 경영진, 노사협의회 대표, 감독위원회 위원들과 대화했다고 정부 대변인이 전했다.
아르노 안틀리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직원 1만6천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노사회의에서 "유럽에서 자동차가 코로나19 이전보다 200만대 적게 팔리고 있다. 이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제품이나 실적 부진과 무관하다. 그냥 시장이 존재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공장폐쇄와 정리해고를 저지하기 위해 파업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다니엘라 카발로 노사협의회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 노동자들은 우리와 함께 이 길을 갈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산별노조인 금속산업노조(IG메탈) 니더작센 지부장 토르스텐 크뢰거는 "구체적으로 누가 피해를 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노동자 전체에 대한 공격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폭스바겐은 지난 2일 비용 절감을 위해 독일 내 공장 최소 2곳을 줄이고 1994년부터 유지해온 고용안정 협약도 해지하겠다며 정리해고를 예고했다. 폭스바겐은 1938년 창사 이래 독일 내 공장을 닫은 적이 없다.
폭스바겐은 부품 생산과 차량 조립을 합쳐 국내 10곳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공장 근로자는 약 12만명으로, 7만명이 근무하는 볼프스부르크 공장을 제외하고 2곳이 문을 닫을 경우 약 2만명이 직장을 잃을 것으로 현지 매체 슈피겔은 내다봤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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