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휴전 물거품 위기…필라델피 철군·인질 교환 조건에 달려

입력 2024-09-05 10:28  

가자 휴전 물거품 위기…필라델피 철군·인질 교환 조건에 달려
두 쟁점 이견으로 타결 지연…美, 새로운 휴전안 마련 분주
네타냐후, '필라델피 병력 유지' 고수…하마스 "네타냐후 함정에 속지말라"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가자 전쟁 발발 11개월을 눈앞에 두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이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지만, 남아있는 몇 가지 쟁점이 협상 타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좁혀지지 않은 두 가지 쟁점에 관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입장차가 가자 전쟁 종식과 인질 석방 합의를 수개월째 지연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소되지 않은 하나의 쟁점은 남은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중 석방 대상자를 누구로 할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을 풀어줄지인데, 하마스는 그동안 단 한 번도 이 쟁점에 합의한 적이 없다고 미국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또 다른 미결 쟁점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에 있는 필라델피 회랑에 주둔 중인 이스라엘군이 철수할지, 철수한다면 얼마나 신속하게 철군할 것인지다. 이스라엘 측은 애초 필라델피 회랑에서 단계적 철군 계획에 합의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주 합의를 뒤집었다고 미국 당국자들은 전했다.
로이터 통신도 미 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기본적으로 90%가량 합의가 이뤄졌다"면서 그러나 필라델피 회랑에 병력을 계속 주둔시키겠다는 이스라엘 측 요구,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간의 맞교환 문제에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필라델피 회랑은 이집트와 가자지구의 경계에 설치된 길이 14㎞, 너비 100m의 완충지대로 지난 1979년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평화협정에 따라 설정됐다.
설정 초기에는 무기 밀수 등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이 통제했으나 2005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자국민과 군대를 철수하면서 통제권을 이집트와 팔레스타인에 넘겼다.
지난해 10월 자국을 기습공격한 하마스 소탕에 나선 이스라엘군은 궁지에 몰린 하마스가 필라델피 회랑을 통해 무기를 밀수하고 군사조직을 재건할 수 있다며 지난 5월 말 이곳을 완전히 장악했다.

이런 가운데 협상 타결 중재를 주도하는 미국은 속이 탄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야 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협상을 마무리 지어 외교적 성과로 내세우려 한다. 대선이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협상 타결은 손에 잡히지 않고 있다.
더욱이 최근 6명의 인질을 죽인 하마스가 인질을 더 죽일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이번에 피살된 6명의 인질 중 한명이 미국 국적자로 확인된 데다, 여전히 하마스 수중에는 7명의 미국 시민권자가 잡혀 있다.
미국 국적 인질의 추가 사망은 바이든 대통령 대타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를 내세운 민주당에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카타르, 이집트와 함께 양측의 입장차를 좁힐 수 있는 새로운 휴전안을 다시 만들어 제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6명의 인질 사망 이후 휴전 압박 수위가 한층 높아졌지만,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서는 사흘째 인질 석방 합의를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인질 가족들은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이 최초로 공개했던 이스라엘의 3단계 휴전안에 빠져 있던 필라델피 회랑 병력 유지 조건을 왜 추가해 협상 타결을 지연시켰는지를 따지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이스라엘군이 인구 밀집 지역에서 철수한다는 기존 합의를 토대로 필라델피 회랑의 어느 지역이 인구 밀집 지역인지에 대한 논란도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규모를 줄이더라도 필라델피 회랑에 병력을 남겨두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42일간의 1단계 휴전 기간에 축소된 병력을 그곳에 두는 문제를 논의 중이다. 많은 병력이 필요하지 않다"며 "1단계 휴전 중 논의될 2단계 영구 휴전의 조건으로 필라델피 회랑에 구멍이 나서는 안 된다는 제안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어 "누군가는 그곳에 있어야 한다. 누구든 (이스라엘군을 대체할 사람을) 데려와 보라. 문서나 말이 아니라 실제로 그곳에서 몇 날 몇주 몇 달간 과거에 벌어졌던 일(하마스의 무기 밀수)의 재발을 막을 사람이 필요하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이 문제를 고려하는데 열려 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으리라 본다. 그런 상황이 실현될 때까지 우리는 그곳에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마스의 무기 밀수와 군사 조직 재건을 막기 위해 필라델피 회랑에 이스라엘군이 계속 주둔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하마스도 필라델피 회랑에서 이스라엘 철군 약속이 없으면 인질 석방 협상에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마스는 5일 성명을 통해 "네타냐후가 필라델피 회랑에서 철군하지 않겠다는 주장으로 휴전 협상 합의를 방해하려 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하마스는 "네타냐후의 함정과 속임수에 빠지지 말라고 경고한다"며 "그는 우리 국민에 대한 침략을 장기화하기 위해 협상을 이용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마스는 이어 "새로운 휴전 제안은 필요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네타냐후와 그의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합의된 내용을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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