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부, 각 방송사에 권고…이슬람 단체들도 "다른 형제 예배 권리 존중" 찬성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가 현지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집전 미사를 생방송 하기 위해 같은 시간에 전파를 타는 이슬람 기도 방송을 자막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5일(현지시간) 자카르타 포스트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종교부는 정보통신부를 통해 텔레비전 방송국에 이날 오후 5시부터 교황 집전 미사를 생방송으로 중계해 달라고 권고했다.
교황은 이날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자카르타 중심부에 있는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 경기장에서 대규모 야외 미사를 집전한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이날 행사에만 약 8만명의 가톨릭 신자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한다.
문제는 미사 시간 일부가 이슬람 기도 시간과 겹친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 방송국들은 하루 다섯 번 기도하는 무슬림들을 위해 새벽과 일몰께 두 차례는 약 5분 동안 기도 시간을 알리는 아잔(Azan)을 방송한다.
이에 종교부는 교황 집전 미사를 생방송으로 내보내면서 미사가 방해받지 않도록 기도 방송은 자막으로 대체해 줄 것을 권고했다.
종교부 결정에 주요 이슬람 단체들도 찬성 입장을 내놨다.
인도네시아 최대 이슬람 단체 나들라툴 울라마의 고위 성직자 촐릴 나피스는 종교부의 권고가 이슬람 율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방송과 관계없이 모스크는 아잔을 알려 무슬림들을 기도로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무슬림 단체 무함마디야의 안데리안 누르 청년 대표도 "1년 중 하루에 불과한 결정"이라며 "우리는 다른 형제자매의 예배 권리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약 2억8천만명 중 약 90%가 무슬림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슬람 교인이 있지만 이슬람을 국교로 정하지는 않았다.
인도네시아 헌법은 이슬람을 비롯해 개신교와 가톨릭, 힌두교, 불교, 유교 등 6개 종교를 인정하며 이슬람 국민들은 이 중 자유롭게 종교를 택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대규모 야외 미사에 앞서 오전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인 이스티크랄 모스크를 찾아 인도네시아 6개 종교 지도자와 종교 화합을 위한 공동 성명에 사인할 예정이다.
또 이스티크랄 모스크 맞은편에 있는 자카르타 대성당을 지하로 연결한 '우정의 터널'을 둘러볼 계획이다. 이 지하 터널은 각각 인도네시아 이슬람과 가톨릭을 상징하는 두 건물을 연결해 인도네시아 종교 화합을 상징한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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