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 US스틸 인수'美대선 쟁점 부상…경합주 표심에 구애(종합)

입력 2024-09-05 16:04  

'일본제철 US스틸 인수'美대선 쟁점 부상…경합주 표심에 구애(종합)
"美정부, 일본제철에 US스틸 인수 '국가안보 위험' 경고"
보호무역 기류 강해지며 거래 무산 가능성도 고개…인수전 막판 걸림돌 돌출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가 선거전의 쟁점으로 부상했다. 미 대선이 인수전의 막판 걸림돌로 돌출한 모양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일제히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 본사를 둔 이 회사의 매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는 러스트벨트(rust belt·오대호 인근의 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한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로이터 통신은 4일(현지시간)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달 31일 일본제철에 보낸 서한에서 이 회사의 US스틸 인수는 미국 철강 업계에 해를 미침으로써 국가 안보 위험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서한에서 이번 거래는 미국 철강 생산에 해를 미치고 US스틸이 계속해서 무역구제 조치를 적극적으로 추구할 가능성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CFIUS는 또 "위원회는 이번 거래의 결과로 유발되는 미국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회사측은 이날 서면 답변에서 "이번 거래 거부는 US스틸 제철소 용광로 시설 가동 정지로 이어질 것이며 수천개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있고, 결국 미국 산업계에 대한 철강 공급의 질과 회복력을 약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이 이 문제에 있어 사실과 법이나 미국 국가 안보 이익에 기반해서가 아니라 정치 등에 기반해 행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불허 방침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이 보도와 관련, 5일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로부터 심사 결과를 받지 못했다"며 "이번 인수가 국가 안보상 우려가 없다는 점을 미국 정부에 명확하게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제철의 US스틸 투자는 일본제철만 실행할 수 있다"며 "US스틸과 미국 철강업계 전체는 더 강고한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제철은 지난해 12월 미국 산업화의 상징으로 꼽혀 온 US스틸을 141억 달러(약 18조3천억원)에 매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제철과 US스틸은 같은 달 CFIUS 심의를 요청했으며 백악관은 당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승인하기 전 이번 거래가 국가 안보 등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CFIUS는 외국인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 등 대미 투자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해 안보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시정 조치를 요구하거나 대통령에게 거래 불허를 권고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지난 3월 "US 스틸은 한 세기 이상 상징적인 미국 철강 회사였고, 그것이 국내에서 소유되고 운영되는 미국 철강 회사로 남아있는 것이 필수적"이라면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계획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사퇴 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등판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노동절인 지난 2일 US스틸 본사가 위치한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를 찾아 일본제철의 인수에 반대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최근 펜실베이니아주 요크의 한 공장에서 한 유세에서 "70년 전 미국의 가장 위대한 회사가 바로 US스틸"이라며 "일본이 US스틸을 사지 못하도록 막겠다"라고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 여야가 초당적으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반대하는 것은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승패에 중요한 노동자의 표심 등을 고려한 것으로 미국 언론은 해석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보호무역적 기류가 강해지면서 거래가 무산될 가능성에 놓였다는 것이다.
일본제철의 인수 제안에 US스틸 주주들은 압도적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미국 정치권과 철강노조(USW)의 반대로 인수전은 난항을 겪고 있다.
k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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