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연합 후보 배제 후 여러 인사 물망 올랐으나 소식 없어
극우 RN '불신임 표결' 위협에 주저…극좌 정당은 탄핵안 발의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의 조기 총선이 끝나 의회 지형이 바뀐 지 60일이 지났는데도 차기 정부를 이끌 총리 임명은 안갯속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의회 다수 세력인 좌파 연합의 후보를 거부한 뒤 다른 후보군을 검토하고 있으나 의회의 내각 불신임 우려 탓에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23일부터 각 정당 지도자를 비롯해 정치권의 주요 인사들을 엘리제궁으로 초청해 차기 정부 구성 방향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내세운 루시 카스테트 후보는 곧바로 배제했다.
좌파 연합이 정부를 구성할 경우 다른 정당에서 곧바로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이후 여러 후보자의 이름이 엘리제궁 내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일 엘리제궁에서 전임자인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사회당 정부를 이끈 베르나르 카즈뇌브 전 총리와 우파 공화당 소속인 그자비에 베르트랑 오드프랑스 도지사와 차례로 회동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현지 언론에선 '총리 후보자 면접'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극우 국민연합(RN)이 즉시 제동을 걸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튿날인 3일 저녁 마크롱 대통령이 두 후보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마린 르펜 RN 하원 원내대표와 통화했을 때 르펜 의원은 의회에서 즉각 불신임 투표를 하겠다며 반대를 명확히 밝혔다.
르펜 의원은 특히 온건 좌파인 카즈뇌브 전 총리보다 공화당 베르트랑 도지사에 대한 구원(舊怨)을 언급하며 극렬히 반대했다는 후문이다.
두 카드가 무산되는 분위기 속에서 이번엔 티에리 보데 경제사회환경위원회 위원장의 이름이 거론됐으나 극우 집권에 반대하는 그의 좌파적 성향 때문에 역시 RN을 넘지 못했다. 정치 경험이 부족한 것도 핸디캡으로 작용했다.
이런 가운데 4일 현지 언론 사이에선 마크롱 대통령이 이날 저녁 총리 후보를 발표할 수 있다는 말도 있었지만 엘리제궁에선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대신 새로운 후보자로 공화당원이자 시라크·사르코지 정부 시절 정부 운영에 참여한 미셸 바르니에 전 장관이 부상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의 불신임 투표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총리 후보 물색에 시간을 보내는 사이 총리 후보에서 우선 배제된 NFP는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나섰다.
NFP 내 강경 좌파인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는 지난 3일 81명 의원의 서명을 받아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
LFI는 마크롱 대통령이 총선에서 1위를 한 좌파 연합 인물을 총리로 임명하지 않는 건 '민주주의에 대한 쿠데타'로서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임무 위반이라고 비판해 왔다.
사회당 하원의원인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도 4일 저녁 TMC 채널에 출연해 "통치는 임명하는 것"이라며 "나쁜 선택이 아예 선택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며 마크롱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지나치게 RN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총리 후보 심사를 RN에 맡기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RN과 그 연대 세력은 하원 577석 중 143석을 차지해 좌파와 범여권에 이어 세번째다.
이에 대해 세바스티앙 슈뉘 RN 부대표는 이날 BFM TV에 나와 "마린 르펜은 마크롱의 인사 책임자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우리 조건을 충족하는 총리 후보라면 즉각 불신임 투표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N은 이민, 안보, 구매력 문제를 해결하고 RN을 주요 정치 세력으로 존중하며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하는 인물이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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