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중앙·EU서 정치·행정 섭렵…英과 포스트 브렉시트 협상 주도
지난 대선 도전서 '위협 이민자 추방' 등 우파 정책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의 새 정부를 구성하고 이끌어 갈 책무를 맡은 미셸 바르니에 새 총리는 다양한 정치 이력을 가진 프랑스 우파의 '정치 고수' 중 한 명이다.
1951년생으로 올해 73세를 맞은 바르니에 총리는 프랑스 5공화국 수립 이후 최고령 총리가 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올해 1월 가브리엘 아탈(34)을 최연소 총리로 임명하더니 이번엔 최고령 총리를 선택했다.
바르니에 총리는 22세인 1973년 사부아 지방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1978년 총선에서 사부아 지역구 의원으로 선출된 그는 당시 최연소 하원 의원 타이틀을 가진 데 이어 1982년엔 사부아 역사상 최연소 의회 의장으로 선출된다. 이때 1992년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 유치에 힘을 쓴다.
15년간 하원 의원으로 활동하다 1993년 의회를 떠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정부의 환경부 장관으로 합류한다.
이어 1995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당선된 뒤 유럽 문제 담당 장관을, 시라크 대통령 재임기인 2004년엔 외무 장관을 역임했다.
그 사이 상원 의원도 한 차례 지낸다.
시라크 대통령에 이어 같은 우파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는 농수산부 장관을 지냈다.
이런 정치적 이력에도 바르니에 총리는 프랑스 정치권에서 주요 정치인으로 손꼽히진 않았었다.
그가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낸 건 유럽연합(EU) 내의 활동을 통해서다.
바르니에 총리는 1999년 EU에서 지역 정책 담당 집행위원으로 임명됐다. 이후 2010년에는 내부 시장 및 서비스 담당 집행위원을 맡았다.
2016년에는 영국의 EU 탈퇴를 논의하는 EU 측 수석 협상 대표로 나서 '포스트 브렉시트(Brexit)'에 대비해 EU와 영국 간 관계 밑그림을 그렸다. 이 때문에 '미스터 브렉시트'라는 별명을 얻었다.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기반으로 2022년 대선 도전을 선언했으나 2021년 공화당 내부 경선 1차 투표에서 떨어졌다.
바르니에 총리는 오랜 정치 이력으로 노련함을 갖췄으나 정치 논쟁의 한복판에 뛰어드는 '파이터' 스타일은 아니라는 평가다. 신중히 사안을 평가하고 절제된 행동을 한다고 평가받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그를 관료주의적이거나 지루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바르니에 총리의 정치적 스펙트럼은 오른쪽에 기울어져 있다.
대표적으로 2022년 대선 도전 당시 프랑스인을 보호하고 심각한 위협이 되는 외국인을 추방하기 위해 공권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요트와 프랑스령 기아나 내 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에게 자동으로 프랑스 국적을 부여하는 제도도 폐지하자고 했다.
좌파 진영이 바르니에 총리 임명에 거세게 반발하고 극우 국민연합(RN)이 "일단 그의 정책 연설을 들어보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바르니에 총리는 과거 마크롱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2021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우리나라는 제대로 통치되지 않았다. 마크롱은 대내외적으로 고독하고 오만한 방식으로 우리나라를 통치했다"고 꼬집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러나 이날 고심 끝에 바르니에 총리를 정부 운영 책임자로 지명했다.
프랑스 정치권에선 바르니에 총리가 마크롱 대통령의 지난 정책을 뒤엎지 않을 것이며 공화당의 정부 지지를 끌어낼 수 있고 2027년 대선에서 범여권 인사를 위협할 존재로 떠오를 가능성이 적다는 점 등을 고려해 총리로 낙점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르니에 총리는 이날 오후 6시 총리실에서 전임자인 아탈 총리로부터 업무 인수인계를 받고 정부 구성 작업에 돌입한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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