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역사학자 견해 토대로 남성 4명과의 관계 집중 조명
링컨 연구자들 "충분한 증거 없다" 반박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미국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년)이 동성애자였다는 일각의 주장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미국에서 개봉돼 다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의 영화정보 사이트 IMDB 등에 따르면 일부 역사학자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링컨과 주변 남성들과의 로맨틱한 관계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남자들의 연인: 에이브러햄 링컨의 알려지지 않은 역사'(Lover of Men: The Untold History of Abraham Lincoln)가 6일 미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온라인에 공개된 이 영화의 예고편 영상에는 링컨이 살았던 19세기 당시 동성애가 흔했으며, 링컨 역시 남자들과 자주 동침을 했고 몇 명과는 깊은 관계를 맺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영화는 이런 내용을 주장하는 학자들의 목소리에 더해 링컨이 친했던 남성들에게 쓴 일부 편지 등을 그의 성적 취향이 암시된 근거로 제시한다.
이 영화는 특히 링컨의 오랜 친구였던 조슈아 스피드를 비롯해 링컨의 경호 대장이었던 데이비드 데릭슨, 일리노이의 잡화점 동료였던 빌리 그린, 남북전쟁 당시 군인이었던 엘머 엘즈워스 등 4명과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 영화를 연출한 숀 피터슨 감독은 미 NBC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링컨이 비정상적이었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링컨이 당시에는 매우 흔했던 행동에 참여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터슨 감독은 2005년 잡지 베니티페어에 실린 저술가 고어 비달의 '링컨은 양성애자였나'라는 글을 읽고 이 주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해 지난 15년간 링컨 연구 학계의 이론을 추적해 왔다고 밝혔다.
링컨이 동성애자였다는 설은 수십년간 이어진 해묵은 논란으로, 여전히 많은 링컨 연구자에게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고 NBC는 전했다.
2008년 저서에서 링컨과 친구 스피드의 성적인 관계를 암시해 반발을 샀던 하버드대의 문학사학자 존 스타우퍼는 "동성애를 일종의 질병으로 이해하는 오랜 전통"이 그런 반응을 일으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타우퍼는 "거의 모든 링컨 연구자는 링컨을 이 나라의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여긴다"며 "만약 그가 동성애자라면 그들의 인식은 폭파될 것"이라고 말했다.
링컨을 연구해온 역사학자 해럴드 홀저는 야후 엔터테인먼트와 인터뷰에서 링컨이 남성과 내밀한 관계를 가졌다는 주장에 대해 "충분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 영화를 소개하는 기사에서 영화 속에 링컨과 여러 남성과의 관계를 상상해 재연하는 장면이 많아 산만하고, 영화가 일각의 주장에만 집중할 뿐 그와 반대되는 다른 주장은 덮어두는 경향이 있다고 비평했다.
다만 "미국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을 조명하려는 일반적인 노력은 링컨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게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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