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1개 종목 중 550개가 월간 수익률 하락…32개는 10% 이상 내리기도
증권가 "경제 지표에 민감 반응…FOMC·유가 하락 주목"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경기 침체 우려로 주가가 급락한 지난달 상장지수펀드(ETF)도 올해 들어 최악의 한 달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상장 ETF 3분의 2가 월간 기준 수익률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8일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달 871개 ETF 가운데 월간 기준 수익률이 하락한 종목은 550개로 63.15%를 차지했다. 올해 들어 최대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익률이 1∼3% 하락한 ETF가 176개로 가장 많았고, 3∼5% 하락한 종목도 149개였다.
이어 0∼1% 내린 종목은 108개, 5∼10% 내린 ETF는 85개였고 10% 이상 수익률이 하락한 종목은 32개로 나타났다.
전체 ETF 중 수익률이 떨어진 종목의 비율은 지난 1월 61.82%를 기록한 뒤 2월 19.90%, 3월 13.62%로 줄어들다가 4월 61.33%로 다시 증가했다.
이후 5월 37.70%, 6월 24.44%로 감소했으나 7월 들어 50.64%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뒤 8월 연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지난달 경기 침체 우려 여파로 국내 증시에서 시가 총액 상위를 점하고 있는 반도체 종목의 주가가 급락하고, 이에 따라 다수의 ETF가 기초 지수로 삼고 있는 코스피200 지수도 4.98% 하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달 수익률이 가장 저조한 ETF 테마는 'K-반도체'로 -10.21%였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누적되며 가장 타격을 입은 업종은 반도체"라고 분석했다.
특히 경기 침체 우려가 공포로 확대된 8월 5일 반도체 업종의 20일 이격도(주가와 이동 평균값 간 격차)는 82.4를 기록하며 90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이격도가 90을 하회한 것은 "2013년 이후 2천857거래일 중 14거래일에 불과했다"고 박 연구원은 전했다.
문제는 9월 들어서도 국내 증시가 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경제 지표가 투자자의 경기 침체 우려에 다시 불을 지핀 탓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2로 시장 예상치(47.5)를 하회했으며, S&P글로벌이 발표한 8월 제조업 PMI 역시 47.9를 기록해 전망치(48.0)를 밑돌았다.
박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미국 경기가 얼마나 약한지를 테스트하고 있고 경제 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앞으로 경제 지표가 약하게 발표될 때마다 주식시장은 밀리겠지만, 이후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 대한 기대감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코스피 지수가 다시 2,600선을 하회했는데 새로운 이슈라기보다 미국 침체에 대한 우려 재발"이라며 한국이 "글로벌 경기에 가장 민감한 국가 중 하나라는 점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를 피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는 "제조업 대비 양호한 서비스업 PMI 등을 감안하면 아직 침체에 직면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점에서 주식에 대한 비중을 축소하기보다 기회를 찾아 주식 내에서 비중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면서 "주목할 만한 것은 국제 유가의 하락이다. 무역 수지와 함께 그려 보면 유가의 하락은 약 6개월 정도 선행해 비용 감소의 측면에서 무역 수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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