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인터내셔날 어뮤즈·LG생활건강 힌스·아모레퍼시픽 코스알엑스
"인디 브랜드 강점인 빠른 의사결정과 마케팅 능력 유지 목적"
(서울=연합뉴스) 차민지 기자 = 최근 해외에서 K-화장품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국내 화장품 기업 간 인수.합병(M&A)이 뜨겁다. 특히 기존 화장품 대기업들이 인디 브랜드(신생 중소기업의 화장품 브랜드)를 잇달아 인수해 '독립 경영'을 보장하고 있어 시선을 끌고 있다.
8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은 최근 인수를 결정한 영뷰티 비건 브랜즈 어뮤즈의 독립 경영체제를 보장하기로 결정했다.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어뮤즈는 장원영 틴트로 불리는 젤핏 틴트를 비롯해 베베 틴트, 세라믹 스킨 퍼펙터 쿠션 등의 유명 제품을 다수 보유한 회사다.
앞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달 초 이사회에서 어뮤즈 지분 100%인 37만3천여주를 713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해 다음 달 말 지분 취득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어뮤즈는 확고한 브랜드 정체성, 트렌디한 디자인, 독보적인 상품 기획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독립 경영 체제를 통해 어뮤즈의 브랜드 고유 특성과 장점을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051900]도 지난해 색조 브랜드 힌스를 인수하고서 독립경영을 수년간 보장하기로 했다.
아모레퍼시픽[090430] 역시 지난해 10월 품에 안은 저자극 스킨케어 브랜드 코스알엑스의 경영 독립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자회사 편입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기존의 경영 방식과 기업 문화에 대한 존중과 계승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기존 화장품 기업들이 신생 기업을 인수해 독립경영을 보장해주는 것은 인디 브랜드만의 강점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분석한다.
인디 브랜드는 톡톡 튀는 기획력과 빠른 의사결정을 기반으로 한 고객 소통·마케팅에 강점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실례로 어뮤즈는 지난 2018년 창업했지만, K팝 걸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을 모델로 기용해 글로벌 MZ 고객을 끌어들이고 젤핏 틴트를 비롯해 베베 틴트, 세라믹 스킨 퍼펙터 쿠션 등의 유명 제품을 다수 확보했다. 5개년 연평균 성장률은 176% 수준에 이른다.
지난해 1천719억원의 매출을 거둔 티르티르는 1시간마다 고객 후기를 확인해 뒤 제품에 반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객 리뷰에서 '제형이 무거운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오면 가벼운 제형의 '라이트' 버전을 신속히 만들어 내놓는 식이다. 이 회사는 한방화장품 인디 브랜드 '조선미녀'를 보유한 구다이글로벌에 피인수됐다.
이런 업무처리 방식을 갖춘 인디 브랜드가 대기업 시스템에 맞춰 흡수될 경우 강점이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업계는 설명했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달로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빠르게 평가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형성됐다"며 "신속한 피드백 반영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대기업 시스템과 문화가 이식된다면 빠른 의사결정 능력이 쇠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수많은 성공 경험을 갖고 있지만, '안전한 선택'을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인디 브랜드의 혁신성을 보장해주려면 독립경영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대기업은 최근 인디 브랜드 육성에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인디 브랜드를 발굴·육성하기 위해 K-뷰티 스타트업 전용 투자 펀드인 '마크-솔리드원 뷰티인텔리전스펀드 1호'에 50억원을 투자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인디 브랜드들의 미국, 일본, 중동 등 해외 진출 성과를 유심히 지켜봤다"며 "이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투자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cha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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