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280개 면적에 근무 인원만 4만명…작은 신도시급
창사 25주년 맞춰 스마트 캠퍼스 신축…아마존 본사 연상
(항저우=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중국 저장성(浙江省) 항저우시(杭州市) 북서쪽 외곽에 있는 위항구(余杭?) 미래기술지구.
깔끔하게 정돈된 왕복 10차선 도로 양옆으로 육중한 규모의 건물이 들어앉았다. 건물 상부에는 '알리바바'(Alibaba)라는 영문명이 선명하다.
'중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알리바바그룹 본사가 자리 잡은 항저우 시시캠퍼스는 전체 면적이 201만㎡에 달한다. 축구장 280개가 들어가는 넓이다.
근무 인원은 4만명으로 국내 작은 시·군 지역 인구와 맞먹는다.
시시캠퍼스는 A-B-C구역으로 나뉜다. A·C캠퍼스는 알리바바그룹 및 주요 관계사의 사무 공간으로 쓰이고 B캠퍼스에는 중국의 다양한 스타트업·벤처기업이 모여있다. 미래기술지구라는 명칭처럼 알리바바를 중심으로 조성된 항저우의 기술 생태계다.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방문한 C캠퍼스는 시시캠퍼스 가운데 가장 최근인 올해 5월 10일 문을 열었다. 98만㎡ 넓이에 7개 건물로 구성된 스마트 캠퍼스다. 공사 기간 5년에 67억위안(약 1조2천633억원)이 투입됐다.
알리바바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알리바바홀딩스와 세계 최대 기업 간 거래(B2B) 온라인 쇼핑몰인 알리바바닷컴 등 주력 계열사가 여기에 둥지를 틀었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의 모회사인 알리바바인터내셔널도 입주해있다. 근무 인원은 3만명으로 시시캠퍼스 전체의 75%를 차지한다. 사실상 알리바바그룹의 심장부 역할을 한다.
C캠퍼스는 스마트 오피스에 걸맞게 다양한 첨단 시스템을 갖췄다. 역내 모든 출입 시스템은 얼굴 인식 기반이다. 물품 구매도 얼굴 인식으로 자동 결제되거나 알리페이와 같은 전자결제시스템 중심이어서 현금이나 실물 카드가 필요 없다. 자판기에도 얼굴 인식 기기가 탑재돼있다.
카페, 편의점, 식당 등 상업시설은 물론 휴식 공간과 직원 간 소통 공간, 문화 전시 공간, 운동시설 등을 갖춰 하나의 생활권으로 기능한다.
'U'자형으로 배치된 7개 건물이 모두 회랑으로 연결된 것도 독특하다. '알리 서클'이라는 이름이 붙은 800m 길이의 이 회랑을 통해 직원들은 밖으로 나가지 않고 간편하게 건물 사이를 이동할 수 있다. 캠퍼스 중앙 공간은 인공 호수를 품은 거대한 정원으로 꾸몄다.
C캠퍼스는 기능이나 성격, 외형 등의 면에서 아마존 본사를 연상케 한다. 본사를 캠퍼스라고 부르는 것도, 직원들의 근무 환경이 자유분방한 것도 비슷하다.
알리바바그룹은 1999년 5월 10일 창업한지 25년 만에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100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커머스뿐 아니라 핀테크, 물류, 클라우드,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글로벌 IT 기업으로 입지를 굳혔다. 전 세계 직원 수만 20만명 이상이다.
A캠퍼스에 있는 알리바바 전시관 '파빌리온9'에는 '2036년까지 20억명의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그룹의 중장기 목표가 명시돼있다.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고객으로 두겠다는 것이다.
한국도 알리바바의 영향권 안에 있다. 지난해부터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알리익스프레스가 대표적이다.
102년 이후에도 지속 성장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도 눈에 띈다. 1999년부터 2101년까지 3세기를 잇는 기업이 되겠다는 얘기다.
항저우는 알리바바 글로벌 물류의 전초기지이기도 하다. 지난 3일 방문한 알리바바 물류 자회사 차이냐오의 항저우 DLJ 물류센터는 초국경 물품에 특화된 플랫폼을 갖췄다. 이곳에 모인 상품은 미주와 유럽, 중동 등으로 배송된다.
지난해 10월 공식 가동된 이 물류센터는 축구장 1.4배 크기인 면적 1만70㎡에 160만개의 국제특송 화물 저장 공간과 하루 최대 40만건의 주문 처리 능력을 갖췄다. 차이냐오의 하루 국제특송 처리 물량의 12분의 1을 담당한다.
배송지에 따른 화물 자동 분류기와 한 소비자가 여러 판매자 상품을 주문할 시 합포장하는 일명 '번개' 분류 시스템, 각종 상품 정보는 물론 배송 위치 정보까지 빠르게 수집하는 무선주파수인식시스템(RFID) 등의 자동화 시스템을 운영한다. 차이냐오 물류센터 중에서도 자동화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
알리바바는 이런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하루 약 8천만건의 전 세계 주문을 처리한다. 초국경 주문량만 하루 평균 500만건에 이른다.
알리바바는 '커피 한 잔 가격으로 지구촌 어디든 배달한다'는 점을 내세운다.
알리바바 관계자는 "해외에 거주하는 소비자가 10달러(약 1만3천400원)를 내면 5일 이내에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이커머스 시장 확대에 대응하고자 물류 설루션의 혁신 속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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