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위 안착…암 진단 후에도 활발 업무…시대변화 속 군주제 유지 과제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하고 찰스 3세 국왕이 즉위한 지 8일(현지시간)로 2년이 됐다.
엘리자베스 2세는 2022년 9월 8일 스코틀랜드 밸모럴 영지에서 96세로 서거했으며 왕세자였던 찰스 3세가 바로 왕위를 승계했다.
영국 군주로서 최장기간인 70년간 재위한 엘리자베스 2세는 영국과 영연방의 정신적 지주로, 그해 9월 19일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전 세계 정상급 조문객이 집결한 가운데 장례식이 치러졌다.
찰스 3세는 여왕이 서거하면서 영국 역사상 최고령(73세) 국왕으로 자동으로 즉위했고 약 8개월 후인 지난해 5월 6일 치러진 대관식에서 왕관을 썼다.
젊은 시절 고 다이애나 왕세자빈과의 불화로 잦은 구설에 올랐고 어머니인 여왕의 인기가 워낙 높았기에 찰스 3세가 그만큼 지지와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즉위 직후부터 찰스 3세는 왕위 후계자로 지낸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왕위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 정부의 국정 과제를 발표하는 '킹스 스피치'를 두 차례 했고, 오랜 관심 분야인 기후변화 대응을 강조하는 활동을 활발히 펼쳤다.
지난해엔 윤석열 대통령 국빈 초청, 한인타운 뉴몰든 방문 등 수교 140년을 맞은 한국과 인연도 더 돈독히 다졌다.
찰스 3세는 엘리자베스 2세보다 소탈하고 인간적이라는 평을 받는다.
그는 올해 2월 국왕의 개인 신상을 공개하지 않는 왕실 전통을 깨고 암 투병 사실을 공개하고 암센터를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 여론의 긍정 평가를 받았다.
건강상 이유로 한동안 쉬다 대외 업무를 재개한 이후에도 활발한 행보를 보인다.
지난달 어린이 3명이 숨진 댄스 교실 흉기 난동 참사 이후 전국적인 폭력 사태가 벌어졌을 때는 사건이 벌어진 지역을 찾아 피해자들을 만나고 지역사회를 격려했다.
그러나 왕위에 있는 동안 풀어야 할 과제들은 적지 않다.
영국 내에선 군주제에 대한 지지가 여전히 과반이긴 하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는 인식의 변화가 뚜렷하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찰스 3세 즉위 2주년을 맞아 지난달 중순 영국 성인 2천2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한 결과, 왕실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응답자는 63%였다. 61%가 군주제가 영국에 좋다고 생각하며 65%는 군주제가 지속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젊은 층일수록 왕실과 군주제에 대한 지지는 크게 떨어진다.
왕실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가진 18∼24세는 26%에 그쳤고 25∼49세도 겨우 절반을 넘긴 57%였다. 50∼64세 73%, 65세 이상 82%와 큰 차이가 난다.
18∼24세의 27%만 '군주제가 영국에 좋다'고 답했으며, 이 연령층에서 '군주제가 지속해야 한다'는 응답도 35%에 그쳤다.
찰스 3세 입장에선 시대 변화에 맞서 군주제 지지 기반을 다져야 하는 숙제를 안은 셈이다.
왕실 가족 중 호감도가 윌리엄 왕세자(75%)와 케이트 왕세자빈(74%)에 뒤처지는 63%에 그치는 것도 국왕의 입지 강화를 위해 극복해야 할 지점이다.
왕실과 차남 해리 왕자 부부 간 갈등 해결, 동생 앤드루 왕자의 성추문으로 실추된 왕실의 권위 회복, 왕실 인사들의 건강 문제에 대한 외부의 우려 불식 등도 왕실의 어른으로서 찰스 3세가 감당할 과제들이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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