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미국이 주요 해저케이블을 파괴할 수 있는 러시아의 비밀 군사 활동 확대를 감지했다고 CNN 방송이 복수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관리에 따르면 러시아는 '참모본부 심해 연구국'(러시아어 약어로 GUGI)이라는 부대를 창설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 부대는 해상 인프라 파괴를 목적으로 수상 선박과 잠수함, 해상 드론 등으로 구성된 강력한 함대를 운영한다.
이 관리는 "우리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늘어난 러시아 해군 활동과 미국 및 동맹국의 주요 해저 시설 파괴에 초점이 맞춰진 러시아의 결정 변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는 수상 선박과 잠수함, 해상 드론을 운용하는 부대인 GUGI를 통해 해저 파괴행위 능력을 지속해서 발전시키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응해 미국도 러시아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중요한 해상 인프라와 해저 케이블 근처를 순찰하는 러시아 선박을 정기적으로 추적한다고 이 관리가 전했다.
이처럼 러시아 부대의 비밀스러운 해저 작전에 대해 미국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은 그동안 보고된 바 없다.
해저 케이블은 전 세계 인터넷 및 통신 트래픽의 중추적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통신 및 인터넷 통신량은 해저에 설치된 고속 광섬유 케이블 네트워크를 통해 이동한다.
이런 해저 케이블을 공격하면 민간은 물론 정부, 군사 분야 통신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며, 금융과 에너지 공급을 포함해 통신에 의존하는 산업에도 마비시킬 수 있다. 해저 케이블은 여러 유럽 국가에 막대한 양의 전기를 공급하기도 한다.
미국과 동맹국은 전 세계 주요 해저 케이블 주변에서 러시아 해군의 활동을 면밀히 감시해왔다.
지난해 4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순찰선 사령관은 최근 몇 년간 발트해의 해저 케이블 주변에서 러시아군의 그런 활동 증가를 목격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북유럽 주변 바다는 러시아의 군사적 감시와 활동의 초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공영 방송사의 공동 취재 결과, 러시아가 북유럽 해역에서 해저 케이블과 풍력 발전소를 파괴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스파이 선박을 보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방송사들은 데이터 분석과 무선 감청, 소식통이 제공한 정보 등을 이용해 몇 년간 북유럽 해역에서 약 50척의 선박을 추적하고 수중 감시를 통해 잠재적인 공격 대상 지도도 만들었다.
러시아 지도부는 GUGI의 위협적 활동에 큰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와 전쟁 와중에도 계속 이 부대에 자금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게 미국 관리의 설명이다.
미국은 러시아가 주요 해저 인프라를 파괴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이를 우크라이나 외부에서 러시아 측의 심각한 침략 확대로 간주할 수 있다고 이 관리는 부연했다.
이 관리는 "특히 긴장이 고조된 시기에 해저 인프라를 훼손하는 모든 활동은 의도치 않은 긴장 고조로 이어질 수 있다"며 "미국은 특히 자체 인프라와 동맹국 인프라 손상을 우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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