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결제 수수료에 광고비까지…'깜짝 실적'에도 수수료 거듭 인상
업계 반발에 상생안 논의 평행선…"설득 안 되면 권고안이라도 낼 것"
(세종=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숙박앱들이 소상공인으로부터 받는 중개 수수료를 한시 인하겠다는 상생안을 내놨지만, 배달앱 상생협의체의 수수료 논의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상공인들은 통상 매출의 20%가량을 수수료 등 명목으로 플랫폼에 내고 있지만 플랫폼사들은 수수료 인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수수료, 계약 체결 등 이슈에서 상생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율 협의체인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는 지난 7월 출범했다.
협의체는 출범 이후 현재까지 3차례 회의를 진행했고, 의제 설정 방식과 향후 논의할 안건 등을 정했다.
전문가들은 상생 협의의 핵심을 '수수료'라고 보고 있다. 배달 플랫폼의 시장 구조가 어느 정도 고착한 이후 지속 상승하는 중개수수료 및 결제 수수료를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인식이다.
현재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앱 3사들의 중개수수료는 모두 10% 수준에서 형성돼있다.
시장의 과반을 점유한 배민은 앞서 6.8%인 배민1플러스(배민배달) 중개 수수료를 9.8%로 인상했다.
쿠팡이츠와 요기요의 중개수수료 역시 각각 9.8%, 9.7%로 비슷하다.
업체들은 이 밖에도 '배민페이', '쿠팡페이' 등 자사 시스템으로 결제되는 금액에 대해 3%가량의 결제 수수료를 받는다. 신용카드사들이 매출액에 따라 0.5∼1.5%의 결제 수수료를 받는 것을 고려하면 2배가 넘는 수수료를 가져가는 셈이다.
여기에 부가세와 배달비, 각종 추가 광고비 등을 더하면 통상 매출액의 20%가량이 플랫폼 관련 지출로 나간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소상공인이 100만원 매출을 내면 20만원이 플랫폼에 넘어가는 구조라는 의미다.
높아지는 수수료 부담에 일부 소상공인들은 '이중가격'을 도입하기도 했다. 실제 매장에서 판매되는 가격과 앱을 통해 판매하는 상품의 가격을 다르게 설정해 수수료로 인한 손실을 만회해보려는 의도다.
그러자 배민은 배달 주문 가격이 매장 가격과 같다는 걸 인증해 주는 제도를 도입해 사실상 이중가격을 막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조사 중이다.
수수료로 인한 소상공인의 부담이 가중되는 동안 배달앱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배민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5%나 증가한 6천998억원이었다. 순이익도 5천62억원으로 1년 전보다 83.5% 증가했다.
독일 모기업 딜리버리히어로는 배민 인수 이후 처음으로 4천억원 넘는 배당금을 가져갔다.
쿠팡은 지난해 6천174억원 상당의 영업이익을 냈다. 쿠팡이츠·쿠팡페이·쿠팡플레이 등 '성장사업' 부문 매출은 1조299억원(7억8천9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7% 늘었다.
요기요 운영사인 위대한상상 역시 지난해 매출이 2천857억으로 전년보다 8.2%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655억원으로 1년 전보다 41.3% 줄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플랫폼 관련 갑을 분야 이슈는 자율 규제에 맡긴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상품 가격에 해당하는 수수료에 대해서는 정부가 법이나 제도를 통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다.
올해 초 정률제 수수료 도입 이후 소상공인의 불만 여론이 높아지면서 운영 중인 자율기구에서 수수료 인하 방안을 논의하려 했지만, 플랫폼사들의 반대에 부딪혀 안건으로조차 채택되지 못했다.
오히려 기존에 시행하던 포장 수수료 무료 정책이 종료되는 등 상생안이 후퇴하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정부는 1년 단위로 상생안을 마련하는 기존 틀을 깨고 배달앱 분야 상생협의체를 추가로 구성해 하반기부터 논의를 다시 시작했다.
상생협의체는 일단 중개수수료·결제 수수료 문제를 논의 안건으로는 채택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협의체는 오는 4차 회의에서 수수료 부담 완화 방안과 상생 인센티브 마련에 대해 배달 플랫폼과 입점 업체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최근 숙박 플랫폼 분야 자율기구에서 중개수수료를 1% 완화하는 상생안을 마련한 만큼 배달 플랫폼 역시 비슷한 수준의 상생안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도 시장에 확산하고 있다.
다만 배민 등 플랫폼사들은 중개수수료 인하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전히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하고, '출혈 경쟁'도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핵심 수익 모델인 수수료를 인하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체들의 주장이다.
정부 부처들은 향후 열린 협의체 회의에서 수수료 인하를 지속 요청하고, 이에 대한 인센티브도 제시할 방침이다. 다만 협의체는 강제성이 없는 자율기구인 만큼, 업체들이 끝까지 반대하면 수수료 인하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정부 관계자는 "숙박앱 분야에서 수수료 인하 상생안이 나온 만큼, 배달앱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업체들이 끝까지 수수료 인하에 반대한다면 권고안을 내는 방식으로 협의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trau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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