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일째 기록적인 더위에 전력 수요 급증…지진 잇달아 주민들 '불안'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미국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에 수일째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극도로 고온 건조한 기후 속에 산불이 발생했고, 7일(현지시간)에는 규모 3.9와 3.5의 지진이 잇달아 주민들을 불안하게 했다.
이날 미 기상청(NWS)에 따르면 전날 LA 카운티 내 버뱅크 공항 관측소의 최고 기온이 화씨 114도(섭씨 45.6도)를 기록했다.
이는 1939년 이곳에서 기온 관측이 시작된 이래 2018년 7월 6일과 2020년 9월 5∼6일에 세운 역대 최고 기온과 같은 기록이다.
LA 다운타운은 화씨 112도(섭씨 44.4도), 남부 롱비치 공항은 화씨 109도(섭씨 42.8도), 서부 해안의 LA국제공항은 화씨 102도(섭씨 38.9도)를 찍어 일일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LA 일대에서는 지난 2일부터 최고 기온이 30대 후반으로 오르기 시작해 내륙 지역 대부분에서 4일부터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기 시작했다.
NWS LA 사무소는 이날부터 월요일인 오는 9일까지 기온이 전날보다는 내리겠지만 "위험할 정도로 더운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며 폭염 경보를 유지했다.
NWS LA 사무소의 기상학자 존 듀마는 "이번 폭염은 지난 몇 년 동안 LA 대도시권에서 겪은 것 중 가장 심각한 폭염"이라고 지역 일간지 LA타임스에 말했다.
습도 20도 안팎의 건조한 공기가 40도 넘게 달궈지면서 이 지역의 화재 위험도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캘리포니아 산림·화재보호부에 따르면 LA 동쪽 샌버너디노 카운티의 산지에서 지난 5일 저녁 화재가 발생해 이틀째 확산하고 있다. 이 산불로 여의도 면적(4.5㎢)의 약 3배가 넘는 3천832에이커(15.5㎢)가 소실됐다.
관할 소방국은 500여명의 소방관과 헬기 등을 동원해 화재 진압을 시도하고 있지만, 진압률은 아직 0%에 머물고 있다.
관할 치안 당국은 이날 오전 화재 지역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극한 더위에 냉방을 위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곳곳에서 정전도 잇따르고 있다.
이 지역의 전력망 관리회사 서던 캘리포니아 에디슨에 따르면 이날 오전 LA 카운티 5천700가구와 샌버너디노 카운티 600여가구에 전기가 끊겼다.
LA 카운티 동부 패서디나에서도 8천800가구가 전날 오후 약 90분 동안 정전됐다.
다만 캘리포니아주의 전체 전력 시장을 감독하는 '캘리포니아 인디펜던트 시스템 오퍼레이터'는 현재 주 전역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충분한 전력이 있다고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이날 오전에는 샌버너디노 카운티 온타리오에서 규모 3.5와 규모 3.9의 지진이 잇달아 발생했다.
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분에 온타리오 국제공항 인근 남쪽 방면의 지하 5.9㎞ 깊이에서 규모 3.5의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29분 만인 10시 34분에 거의 비슷한 지점의 지하 4.9㎞ 깊이에서 규모 3.9의 지진이 뒤따랐다.
지진 규모가 작아 진동은 약한 수준이었지만, LA 시내와 오렌지 카운티, 샌디에이고 카운티 북부에서도 흔들림이 감지됐다.
온타리오 경찰국은 아직 지진에 따른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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