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바로미터' 요르단 내 반전여론·증오 격화 주목
이스라엘인 살해 뒤 자축 게시물에 과자 파티까지
"중동전역 긴장 부채질…가자지구발 폭력 확산 조짐"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요르단인의 총격으로 이스라엘인들이 숨진 사건을 두고 가자지구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아랍권의 분노가 임계점에 도달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외신을 종합하면 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자치구인 요르단강 서안과 요르단 접경지대에서 이스라엘 민간인 3명을 사살한 용의자는 요르단 국적자로 확인됐다.
사건 현장에서 사살된 용의자는 39세 트럭 운전사로 알려졌을 뿐 더 상세한 신상정보나 범행동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맞서 싸우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번 공격에 찬사를 보냈으나 배후를 자처하지는 않았다.
일단 지금까지 파악된 정황을 두고 중동정세 전문가들과 글로벌 매체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아랍권의 분노를 먼저 주목한다.
평온하던 지역에서 발생한 사태인 데다가 용의자 국적이 이스라엘에 상대적으로 친화적이던 요르단이라는 점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총격은 가자지구 전쟁 이후 이런 부류의 사건으로는 처음"이라며 "중동 전역에 긴장을 부채질한다"고 지적했다.
한발 더 나아가 가디언은 "가자지구 전쟁이 중동 전역에 폭력을 퍼뜨리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정황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작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급습에 따라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은 12개월째로 접어들면서 중동 내 긴장을 현격히 높였다.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으로 가자지구 내에서 숨진 팔레스타인인들은 4만명을 훌쩍 넘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아랍국들을 비롯한 이슬람권 국가들에서는 이스라엘의 과도한 군사작전을 규탄하고 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요르단은 이스라엘의 우방에 가까운 아랍국가로 분류되는 까닭에 태도 변화 자체가 아랍권의 임계점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요르단과 이스라엘은 1994년 평화협정을 체결했으며 이후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애초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침투해 1천200명을 죽였을 때까지만 해도 하마스를 규탄했다.
그러나 민간인과 전투원을 거의 구별하지 않는 이스라엘군의 무차별적 보복으로 사상자가 눈덩이처럼 불자 태도가 변했다.
팔레스타인계가 많은 요르단에서는 전쟁 반대 시위가 이어졌고 정부가 이스라엘과 관계를 지속하는 데 반대하는 여론이 늘었다.
요르단 정부는 이스라엘의 전쟁 방식에 강하게 비판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올해 초 요르단의 후세인 왕세자는 이스라엘의 확전 의지를 경계하며 국제사회의 무능을 비판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날 요르단의 소셜 미디어에는 이번 총격 사건을 지지하는 게시물이 쏟아졌다.
일부 요르단인들은 과자를 나눠주면서 이번 사태를 축하하는 모습까지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관계 때문인 듯 요르단강 서안과 요르단의 접경지는 가자전쟁 이후 긴장수위가 높아졌음에도 특별한 보안강화가 없었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용의자는 요르단강을 가로지르는 알렌비 다리 근처에서 권총으로 검문소 경비원들을 죽였다.
이들 사망자 3명은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에 사는 61∼65세 남성으로 파악됐다. 검문소 경비원들은 군인이나 경찰이 아닌 민간인으로 분류된다.
이번 총격 사건 뒤 이스라엘과 요르단은 알렌비 다리를 황급히 폐쇄했다. 이스라엘은 알렌비 다리 외에 자국 영토와 요르단을 연결하는 검문소 2곳도 막았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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