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제미나이·프리미어+MSC 3대 동맹체제
HMM, 하팍로이드 빠진 자리 'MSC와 협력관계'로 보완…새 활로 모색
HMM 장기적 성장에 매각 및 선복량·영업망 확충 필요 목소리는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HMM[011200]이 세계 1위 해운 선사 MSC와 함께 새로운 항해에 나선다.
독일 선사 하팍로이드의 기존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 탈퇴로 위기에 봉착했던 HMM은 MSC를 우군으로 삼으며 활로를 모색하게 됐다.
HMM은 새로운 해운동맹 구축에 맞춰 장기적 성장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친환경 경영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23조5천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다만 선복량, 영업망,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확충하기 위해서는 '매각'이라는 선결과제가 남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디 얼라이언스'를 대체할 '프리미어 얼라이언스+MSC' 협력 체제가 확정되면서 글로벌 원양 선사들의 해운동맹 구성을 향한 물밑 작업도 사실상 끝이 났다.
앞으로 최소 5년간 해운 시장을 구성할 글로벌 3대 해운동맹(오션·제미나이·프리미어)의 판이 짜인 것이다.
글로벌 해운동맹의 새 판도는 작년 세계 시장 1·2위인 '2M'(머스크·MSC)이 얼라이언스 해체를 발표하면서 예고됐다.
세계 2위 선사 머스크가 선제적으로 5위 선사 하팍로이드와 손을 잡아 새로운 협력체 '제미나이'를 결성했고, 세계 1위 선사 MSC가 잇달아 디 얼라이언스 3사와 협력을 맺으며 2M은 뿔뿔이 흩어졌다.
프리미어 얼라이언스가 MSC와 동맹이 아닌 협력관계로 남는 것은 20%에 육박하는 MSC의 높은 시장점유율 탓이다.
MSC가 프리미어 얼라이언스에 가입할 경우 회원사의 글로벌 선복량이 30% 이상을 차지하게 돼 해외 경쟁 당국의 과점 규제를 받을 수 있다. 과점 이슈는 2M이 해체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독자노선을 걸을 것 같았던 MSC가 프리미어 얼라이언스와 손을 잡은 것은 선박 투자를 줄이고,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복안으로 해석된다.
HMM이 속한 해운동맹에서 하팍로이드가 탈퇴하면서 동맹에 잔류한 3사(한국 HMM, 일본 ONE, 대만 양밍)의 선복량 점유율은 11% 수준으로 쪼그라들면서 위기감이 표면화했다.
프랑스 해운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이날 기준 프리미어 얼라이언스 3사의 글로벌 선복량 점유율은 총 11.4%(ONE 6.3%·HMM 2.8%·양밍 2.3%)다.
이는 오션(약 29%), 제미나이(약 21%)의 점유율보다 한참 낮은 수준으로,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해운업계에서 큰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졌다.
특히 HMM을 비롯한 3사는 유럽 항로 운영의 상당 부분을 하팍로이드에 의존해왔다. 유럽 항로는 물동량이 많고 항로가 길어 수익성이 높지만, 폭넓은 영업망과 터미널 등 인프라가 요구된다.
미주 항로에는 강점 갖고 있었던 HMM으로서는 유럽 항로 경쟁력을 보완해줄 선사가 필요했고, MSC와의 협력은 그 빈자리를 채우는 동시에 항로를 확대할 수 있는 일석이조 카드였다.
한고비를 넘겼지만 프리미어 얼라이언스의 규모가 크지 않고, 유럽 외 대서양·남미·아프리카 항로에서 선대 확충 및 영업력 강화 등 독자적인 경쟁력을 구축해야 하는 것은 HMM에 남겨진 과제다.
MSC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상호이익을 보장하는 협력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HMM은 수익성 높은 항로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의존도 높은 유럽 항로의 네트워크를 보강하며 운항 자율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장기적 경영 안정성을 위해 매각 작업을 마치는 게 선결과제로 꼽힌다. 지난 2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과의 협상이 최종 결렬되며 매각 작업은 원점으로 돌아온 상태다.
HMM은 2030년까지 23조5천억원 중 60% 이상을 친환경 경영에 투입해 운항 효율성을 높이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컨테이너 사업에서 선복량을 확충해 경쟁력을 높이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벌크 및 통합물류 사업으로 다각화해 안정성도 강화한다.
이를 통해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해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번 해운동맹 재편을 통해 결국 해운업은 '덩치 싸움'이라는 게 드러났다"며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선복량을 확충하고 영업망을 확대해 덩치를 키워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결국 매각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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