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강 20년 만에 최고 수위"…강변 지역 곳곳 물에 잠겨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슈퍼태풍 '야기'가 강타한 베트남에서 폭우가 계속되면서 사망·실종자가 300명에 육박했다.
수도 하노이를 흐르는 홍강 수위는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져 하노이 곳곳이 침수되고 주민들이 대피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베트남 정부는 지난 7일 태풍 야기가 베트남에 상륙한 이후 이날까지 최소 155명이 사망하고 141명이 실종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날 북부 라오까이성 산악지대에서 산사태가 발생, 작은 마을인 랑누 마을을 덮쳤다. 이 현장에서 10여명이 구조됐으나 22명이 시신으로 발견되고 약 70명이 실종 상태라고 AP통신이 베트남 관영 VTV 방송을 인용해 전했다.
하노이시 당국에 따르면 태풍 야기가 베트남 북부를 강타한 지 닷새째인 이날도 하노이에서는 오전에만 약 7.5∼27.3㎜의 비가 내렸다.
일부 지역에서는 약 120㎜의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홍강 수위는 이날 정오께 11.1m를 기록, 2단계 홍수 경보 기준치인 10.5m를 초과했다. 이에 따라 시 당국은 2단계 경보를 발령했다.
2단계 홍수 경보는 강의 수위 상승으로 소규모의 침수가 발생, 주거 지역과 경제·사회에 악영향을 초래하는 단계다.
기상 당국 관계자는 "(홍강의) 홍수 수위가 2004년에 11m를 넘겼는데 20년이 지나서 이런 일이 재연되고 있다"고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에 밝혔다.
이날 호안끼엠, 테이호, 바딘, 롱비엔, 박뚜리엠 등 홍강과 인접한 주요 지역 곳곳이 침수돼 주민 수천 명이 당국이 마련한 임시 대피소 등으로 대피했다.
유서 깊은 구시가지인 호안끼엠에서는 골목길 곳곳이 물에 잠겨 주민들이 주 교통수단인 오토바이를 보트에 실어 옮기는 등 피해를 줄이려고 안간힘을 썼다.
박뚜리엠 지역에서는 아파트 주변이 물에 잠기자 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에 철제 방수벽이나 모래주머니를 설치해 주차장으로 물이 밀려드는 것을 막고 있다.
시 당국은 이들 지역에 경찰·군인·자원봉사자 등을 배치해 주민 대피를 도왔다. 경찰관들이 강변 지역에서 걷거나 또는 보트를 타고 집마다 돌아다니면서 가구들이 대피했는지 점검하기도 했다.
한 경찰관은 AFP 통신에 "비가 워낙 많이 내렸고 수위가 빨리 상승하고 있다"면서 "모든 주민은 대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시내 여러 도로가 침수되는 바람에 잠기지 않은 길에 교통이 몰리면서 곳곳에서 차가 수백m씩 장사진을 이루는 등 극심한 교통 체증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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