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비위 신고한 보좌관 신상 무단 공개해 보호 규정 위반"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의회에서 의원의 비위를 신고한 보좌관이 보복성 해고를 당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EU 일반법원은 11일(현지시간) 유럽의회가 내부고발자를 보호하지 못한 데 책임이 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이 보좌관에게 1만 유로(약 1억5천만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U 전문매체 EU옵서버에 따르면 보좌관으로 일한 A씨는 신상이 공개되지 않은 B의원을 사내 괴롭힘과 사기 범죄를 저질렀다며 내부 고발했다.
신고 이후 A씨는 다른 의원실로 전보됐다가 끝내 해고됐다. 이에 A씨는 작년 12월 유럽의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유럽의회가 A씨가 내부고발자라는 사실을 무단으로 공개해 '보복'에 노출되도록 했으며 이는 정보제공자에 관한 보호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잇단 부패 스캔들로 질타받은 유럽의회는 또 한 번 체면을 구기게 됐다.
앞서 2022년 말 전·현직 의원 일부가 카타르, 모로코 등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에는 EU 교통정책을 총괄하는 헨리크 홀로레이 당시 집행위 운송총국장이 2015∼2021년 카타르 정부와 현지 관련 단체에서 카타르행 비행편을 포함한 출장비용을 여러 차례 제공받은 사실이 드러나 결국 사임했다.
국제투명성기구 EU지부의 닉 아이오사는 "지난 7년간 (유럽의회에서) 내부고발을 한 모든 보좌관이 해고됐다"며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유럽의회의 내부고발자 보호 규정이 EU 기관 중 가장 취약하다며 "더 강력한 규정이 있었다면 '카타르 게이트'도 애초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의회는 성명에서 이번 판결을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항소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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