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에 2주 넘게 억류됐던 국경없는의사회(MSF)의 난민 구조선 지오 바렌츠호가 풀려났다고 로이터 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MSF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이탈리아 남부 살레르노 법원이 검찰에 지오 바렌츠호의 억류를 해제하라고 명령했다면서 "생명을 구할 자유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 배가 지난달 23일 지중해에서 여러 차례 이주민 구조 활동을 하자 이탈리아 당국은 관련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60일 억류 명령을 내렸다.
2022년 10월 이탈리아에 강경 우파 정부가 들어서면서 통과되고 지난해 1월 발효된 관련 법령에 따르면 구조선은 한 번에 한 척의 이주민 선박만 구조할 수 있으며 구조 시 지정받은 항구로 지체 없이 가야 한다.
MSF는 지정받은 항구로 향하던 중 조난한 다른 이주민 보트를 목격하고 출동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이탈리아 당국의 억류에 강하게 항의했다.
크리스토스 크리스토우 MSF 국제회장은 "사람들이 가라앉는 보트에서 뛰어내리고 있었다. 구명조끼도 없이 무력하게 바다에 뛰어들고 있었다"며 "그 순간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손을 내밀어 바다에서 끌어내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월 관련 법령이 발효된 이후 지오 바렌츠호가 억류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60일은 지금까지 최장기간이라고 크리스토우 회장은 설명했다.
올해 이탈리아에 도착한 이주민 수는 4만4천5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62% 급감했다. 같은 기간 지중해에서 익사하거나 실종된 이주민도 약 50% 감소했다.
집권 전부터 반이민 정책을 공언했던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지난달 내각회의에서 불법 이주민 억제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며 이주민이 감소하면서 이주민 익사 사고도 줄어들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크리스토우 회장은 멜로니 총리의 말은 사망자 통계가 실제보다 적게 집계됐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탈리아로 가는 길이 막히면 이주민은 더 멀고 위험한 경로로 유럽행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이주민의 생명과 안전은 더욱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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