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당시 中 겨냥 시행…인종적 편견·공포 조성 지적 받아
상원·대통령 서명 있어야 법제화…'中 스파이전 강화' 계기 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미 공화당 주도로 사실상 중국계를 겨냥한 방첩 프로그램인 '차이나 이니셔티브' 관련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날 하원 표결에서 찬성 237표, 반대 180표로 이 법안이 하원 문턱을 넘었다. 다수당인 공화당이 강력하게 추진한 데 대해 민주당 일부 의원이 가세한 결과였다.
민주당 우위의 상원 표결과 조 바이든 대통령 서명을 거쳐야 법제화가 가능하지만, 연말 대선을 앞두고 '중국 때리기'가 득표에 도움이 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부활 가능성도 있다.
차이나 이니셔티브는 지난 2018년 11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기술 정보와 지식재산권(IP)을 탈취하려는 중국 시도를 저지하려는 목적에서 시작된 수사 프로그램으로, 그로 인한 인종적 편견·공포 조성 우려가 커지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2월 공식 종료한 바 있다.
2018년 11월 이후 차이나 이니셔티브에 따른 스파이 조사로 과학자 250여명이 적발됐고 이 중 112명이 직장을 잃었다는 통계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미 당국 조사를 받아온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파인버그 의대 전직 연구교수인 제인 우 박사가 지난달 10일 시카고 자택에서 60세 나이로 목숨을 끊는 일도 발생했다.
미국 내에서 자칫 스파이로 몰릴 걸 우려한 중국 학생들이 미국 유학 중에 중도 하차하거나 미국행을 기피하는 현상도 여전하다.
SCMP는 미 법무부 자료를 인용해 2021년 8월 기준으로 차이나 이니셔티브 사건으로 기소된 28건 가운데 8건만 유죄 판결 또는 유죄 인정으로 이어지는 데 그쳤다고 전했다.
중국계 미국인인 강 첸 매사추세츠 공대(MIT) 교수(기계공학과)는 SCMP에 "차이나 이니셔티브가 과학자들에게 두려운 분위기를 조성했고, 인재의 미국 유입을 막거나 쫓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주디 추(캘리포니아) 하원의원도 "차이나 이니셔티브는 새로운 매카시즘이 될 수 있다"면서 "아시아계 미국인 과학자들을 겨냥해 인종적으로 프로파일링(자료 수집)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공화당의 랜스 구든(텍사스) 하원의원은 "중국은 미국의 지식재산권 등에 대한 절도 책임이 있다"면서 차이나 이니셔티브 부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 차이나 이니셔티브 부활 움직임이 미·중 양국의 첨단 과학기술 인재 확보를 둘러싼 스파이전을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실 중국이 2008년 명목상 해외 인재 양성 국가 프로젝트 '천인계획'(千人計劃)을 실행하면서 미국의 첨단 기술에 불법적으로 접근했으며, 이에 미국은 차이나 이니셔티브 가동으로 맞서 왔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외교가에선 방첩법 개정을 포함해 국가 안보 관련 법안을 강화해온 중국이 미 하원의 차이나 이니셔티브 통과를 계기로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물론 대만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스파이 색출 작업을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kji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