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곰 사냥 잔혹·세금 낭비' 비판…정부 "요건 충족 제품 있으면 대체"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왕실 근위병의 상징인 검은 털모자 가격이 1년 새 30% 뛰어올랐다고 BBC 방송 등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동물보호단체의 정보공개 청구로 국방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근위병 털모자 가격은 2022년 개당 1천560파운드(약 273만원)에서 지난해 2천40파운드(357만원)로 상승했다.
캐나다 흑곰 모피로 제작되는 털모자 납품 계약의 변경에 따른 것이다.
새로 구입된 털모자는 2022년 13개, 지난해 24개였다. 지난 10년간 털모자 교체에 쓰인 예산은 약 100만파운드(17억5천만원)였다.
'베어스킨'(Bearskin·곰 모피)으로 불리는 근위병 털모자는 전통 그대로 이어져 현재도 국왕 공식 생일행사나 국빈방문과 같은 예식뿐 아니라 버킹엄궁 앞에서 늘 볼 수 있는 왕실 근위대의 상징이다.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는 "야생동물 도살로 얻은 모자에 국민 세금을 낭비하지 말고 인조모피로 바꿔라"라고 촉구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요건을 충족한다면 인조 모피 대안을 모색하는 데 열려 있다"면서도 "이제까지 안전과 내구성 등 기준을 모두 통과한 대체품은 없었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흑곰 사냥 방식이 잔인하고 모자 한 개 제작에 곰 한 마리가 필요하다면서 인조 모피로 바꾸라고 촉구해 왔다.
이에 국방부는 곰 모피는 캐나다 당국의 규제 아래 적법한 사냥으로 얻어지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곰 모피 유지를 옹호하는 쪽에서는 수분 흡수와 형태 유지 등 품질에서 인조 모피와 차이가 난다고 지적한다.
노동당이 제1야당이던 시절 스테퍼니 피콕 그림자내각 국방장관은 하원에서 "곰 모피의 가능한 대안을 즉각 검토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cheror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