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 후 첫 유세…해리스 노스캐롤라이나, 트럼프는 애리조나行
추가 토론 놓고 해리스 "유권자에 대한 의무" vs 트럼프 "추가토론 안해"
앨라배마 부재자 투표용지 발송 시작…펜실베이니아 16일부터 사전투표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김동현 특파원 =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난타전을 벌인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2일 경합주에서 나란히 유세를 재개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동부의 노스캐롤라이나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서부의 애리조나주에서 각각 유세를 벌였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비극으로 기록된 9·11 테러 23주기였던 전날 나란히 뉴욕 그라운드제로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하는 등 엄숙한 추모 분위기 속에 하루를 보낸 두 사람은 이날부터 11월 5일 대선을 향한 전투모드에 다시 들어간 것이다.
해리스가 찾은 노스캐롤라이나주는 경합주로 분류되긴 하지만 1976년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2008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2번을 제외하고 1900년대 중반이후 공화당 후보가 줄곧 이겼던 곳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였을 때만 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여가며 낙승을 예고했지만 해리스로의 '선수 교체' 이후 다시 박빙 승부로 전환됐다.
트럼프가 찾은 애리조나주는 2000년부터 2016년까지 공화당 후보가 5연승 했으나 직전인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불과 0.3% 포인트 차이로 승리하며 경합주가 된 곳이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유세를 벌인 애리조나 남동부 도시 투산은 불법 이민자 대규모 유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정책 공격을 염두에 둔 장소 선정으로 보였다.
◇'낙태권'등 자유 강조한 해리스 "우리는 언더독"…몸 낮추며 자만 경계
해리스 부통령은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과 그린즈버러에서 잇달아 진행한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민주주의 위협론과 낙태권 및 생식권 등 기존 공격 포인트를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샬럿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재선에 성공하면 취임 첫날 독재자가 되겠다고 약속했다"며 "미국 헌법을 파괴하겠다는 사람을 미국 대통령에 다시는 앉힐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에서 낙태금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거부했다"며 "나는 의회가 여성의 생식권 자유를 회복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 자랑스럽게 서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TV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잘 했다는 평가가 우세하고, 이날 나온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5% 포인트차로, 토론 전보다 격차를 조금 더 벌린 것으로 나타났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우리는 약자(underdog)"라며 진영내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이어 해리스 부통령은 그린즈버러 유세에서도 "우리가 약자라는 점에 대해 분명히 하자"라고 말했다. 이어 "자유와 기회, 미국의 약속을 믿는가"라고 질문한 뒤 "싸우면 이긴다"라며 사자후를 토했다.
또 "우리의 싸움은 미래와 자유를 위한 싸움"이라며 "정부가 아닌 여성 자신이 자기 몸에 대해 결정할 자유와 같은 근본적 자유를 위한 싸움"이라고 11월 대선의 성격을 규정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여성폭력방지법 제정 30주년 기념행사때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검사, 상원의원 등을 역임하는 동안 "평생 성폭력 범죄자들에 맞섰다"고 강조한 뒤 "여러분들은 내 전임자(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며 '운명 공동체'인 해리스 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근로계층 감세 공약 '2탄' 내 놓은 트럼프 "바이든-해리스는 역사상 최악 조합"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가진 유세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몸담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실정을 공격하는 동시에 근로자들을 위한 '초과근무 수당 비과세' 카드를 꺼내들며 민주당이 자신에게 제기하는 '부자 감세' 프레임 돌파를 시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과 카멀라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조합"이라며 "유일하게 행복한 사람은 지미 카터다. (사람들이) 더 이상 그를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불법 입국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면서 이민자 때문에 월세 등 집값이 너무 올랐다고 주장했고,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시에서 아이티 이민자들이 주민들의 반려동물을 훔친다는 주장을 근거 제시없이 반복했다. 다만 토론 때처럼 이민자들이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고까지는 말하지 않았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유세에서 초과근무(overtime)에 대한 수당에 과세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서비스업 노동자들이 받는 팁에 과세하지 않겠다고 공약한데 이은 또 하나의 '근로계층 감세' 공약이었다.
그는 "우리는 초과근무에 대한 모든 세금을 없앨 것"이라며 "이것은 사람들이 더 일하고 싶게 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기업들이 사람을 구하는 것을 훨씬 쉽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초과근무를 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힘들게 일하는 시민들에 속하는데 너무 오랫동안 워싱턴의 그 누구도 이들을 챙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해리스 "TV토론 한번 더 해야" vs 트럼프 "2차토론 없다"
이틀전의 TV토론에 이은 추가 토론을 놓고 두 사람은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샬럿 유세에서 "나는 또 한차례 토론을 하는 것이 유권자들에 대한 의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이번 선거와, 이번 선거에 걸려 있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에서 "모든 사람은 해리스와 바이든이 초래한 다른 문제를 포함해서 이 상황을 알고 있다"며 추가 토론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애리조나 유세때 "우리는 이틀 전 대선 토론에서 '카멀라 해리스 동무'를 상대로 기념비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해리스 부통령이 토론에서 "공허한 말과 늘 같은 거짓말, 의미 없는 상투적인 이야기를 뿜어내면서 어떤 계획도 정책도, 세부 내용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서 "그녀는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
◇13일에도 경합주 유세 대결…해리스는 펜실베이니아, 트럼프는 네바다
두 후보는 13일에도 빡빡한 일정을 예고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다시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를 찾아 존스타운과 윌크스배리에서 유세를 계획하고 있다.
앞서 해리스 부통령은 10일 TV토론이 열린 펜실베이니아주의 필라델피아를 방문하기 전에 피츠버그에서 수일간 머무르며 토론 준비하는 등 이번 대선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 화력을 집중하며 공략하고 있다.
특히 펜실베이니아주는 지난 10일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한 '팝의 여제' 테일러 스위프트의 고향이라는 점에서 이번 방문은 '스위프트의 인기'를 자신에 대한 지지로 연결시키기 위한 시도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3일 역시 경합주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유세를 예고했다.
네바다주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곳으로, 서비스업 유권자가 많은 이곳에서 '팁 면세' 공약을 앞세워 표심을 공략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후보가 대선일까지 50여일 남은 시점에 유세전에 재시동을 건 가운데, 일부 주에서는 대통령선거일에 투표할 수 없는 유권자들을 위한 사전투표(우표투표+투표소투표)가 시작됐다.
앨라배마 선거관리위원회는 부재자 투표용지를 지난 11일부터 우편으로 발송하고 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투표용지 우편 발송은 앨라배마주가 처음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오는 16일부터는 펜실베이니아주를 비롯해 일부 주에서 순차적으로 유권자들이 사전에 지정된 투표소를 방문해 직접 투표하는 사전 직접 투표를 시작한다.
지난 2020년 미국 대선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이례적인 상황이긴 했지만 무려 유권자의 69%가 사전투표를 한 바 있다.
선거 때마다 사전투표 참여자가 증가 추세를 보여왔고, 이번 대선에서도 사전투표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에서 상당수 유권자가 사전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돼 미국 대선판이 조기에 달아오르고 있다.
min22@yna.co.kr,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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